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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스 생활] 파업 현장에 ‘제2의 사태’는 없어야

 

대우조선해양 하청 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를 두고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우려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지만, 이 말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을 의미하는지, 언론이 제대로 알고 보도하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언론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라고 말한 윤석열 대통령의 말과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는 여당 대표의 말을 옮겨 적으면서, 공권력을 동원하겠다는 의미인지 아닌지 파악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희생은 최대한 막아야 하지만 무력 충돌로 발생하는 상황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뉴스임은 분명해서 그 시기가 언제인가에 좀 더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언론은 노동쟁의 관련 보도에 소극적이다. 대우조선 하청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건 6월 2일이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대표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불법행위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6월 21일 열기 전까지만 해도 대우조선 하청 노조의 파업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음날인 22일 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가로‧세로‧높이 1미터의 철구조물에 스스로를 가뒀다. 쪼그려 앉은 유 부지회장은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손팻말을 움켜쥐고 비좁은 철창 사이로 얼굴을 내보였다. 이런 후에야 하청 노조 파업을 다루는 언론이 늘기 시작한다.

 

하지만 노사 협상이 제자리걸음이라거나 사측이 추산하는 피해액 정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기업 입장의 보도가 이어졌다. 지난 8일 파업을 지지하는 노동자와 반대하는 노동자 양쪽에서 집회를 열자, 언론은 ‘노-노 갈등 격화’, ‘노노 갈등 비화’, ‘점입가경’, ‘줄도산’ 등의 표현을 동원했다. 노사갈등보다 노노갈등이 심각하다는 보도였다.

 

언론은 산업 피해는 강조하고, 파업 규모는 축소하는 양면적 태도를 보인다. 하청노동자들의 유조선 점거로 대우조선의 피해액은 조 단위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보도했다. 이런 추산은 파업을 문제 행위로 규정할 만한 힘을 드러낸다. 파업을 불법으로 언급하는 취재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파업은 노동자의 정당행위가 아니라 불법행위라고 인식하게 한다.

 

반대로 노조의 주된 요구가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 근본적으로 따져 묻는 보도는 많지 않다. 고공농성과 철장투쟁의 절규라는 갈등 상황 자체에 대한 보도가 훨씬 더 많다. 파업을 지지하는 조합원보다 반대하는 조합원의 수가 훨씬 많다는 비교를 노골적으로 쓰기도 한다.

 

물러설 곳이 없는 노동자들이 선택하는 것이 파업 투쟁이다. 대우조선 하청 노조는 5년간 삭감된 30%의 임금을 회복시켜 달라고 절박하게 호소했다. 언론이 노동쟁의 관련 보도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이 노사 간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건강이 위독해진다. 과거의 비극적 사건을 되풀이하는 제2의 사태를 반복하게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 언론이 노동쟁의 보도에 진심을 다할 이유의 출발지가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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