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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지하 주택,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부터 착수를

임대주택 등 즉효성 없는 대책만으로는 ‘희망 고문’일 뿐

  • 등록 2022.08.17 06:00:00
  • 13면

수도권을 강타한 폭우로 반지하 주민들이 참변을 당한 사건을 계기로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반지하 주택에 대한 대책 담론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날마다 발표되는 “지하·반지하 공간을 주택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거나 “임대주택 보급으로 향후 20년 동안 개선하겠다”는 등 즉효성 없는 격화소양(隔靴搔癢)식 정책들을 들으며 영세 서민들은 속이 터진다. 장기적인 대책과 함께 당장 20만 가구의 열악하고 위험한 주거환경 개선책부터 먼저 말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향후 20년 동안 공공임대 재건축으로 23만 호를 확보해 반지하 가구에 제공하고, 반지하 가구가 지상으로 이주할 때 2년간 월 20만 원씩 지원해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6일 ‘국민 주거 안정실현방안’을 통해 “반지하 등 모든 비정상 거처에 대해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연내에 해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나마 국토부가 뒤늦게 반지하 주택 주거환경 개선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기본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다. 원 장관은 “모든 주택에 대한 지자체 수요 조사 통해서 출입문이 양방향으로 열릴 수 있도록 조치하고, 방범창을 안에서도 뜯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응급대책을 시급히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주를 원하는 거주자에게 공공임대주택에 우선 입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증금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기에서 반지하에 거주하는 국민이 왜 거기에 살고 있는지에 대한 심층 분석을 놓쳐서는 안 된다. 단지 집이 없어서가 아니라, 꼭 그 지역에 거주해야 할 절박성이 있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사실을 흘려보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조사 결과 반지하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1800가구 중, 무려 79.4%가 타지역 공공임대주택으로의 이전을 거절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반지하 거주민을 어디든 상관없이 집을 마련해주기만 하면 당장 옮겨갈 것이라는, 오갈 데 없는 ‘주거 난민’ 정도로 인식하는 일은 금물이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깊숙이 얽혀 있는 복잡한 요소들을 참작해야만 한다. 주거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넘어서서 토끼장에 토끼를 몰아넣듯 해결하려고 드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발상이다.

 

장기적으로 싸고 좋은 임대주택을 늘리는 방식의 주택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 견디기 힘든 불편과 위험 속에 방치된 지하·반지하 주택의 주거환경 문제를 그대로 둔 채로 마구 던지는 10년, 20년 대책은 그저 잔인한 ‘희망 고문’일 따름이다. 지금은 20만을 헤아리는 수도권 지하·반지하 주택에 대한 실질적인 환경개선 대책부터 세우는 것이 먼저다.

 

수도권 반지하의 비극은 이미 오래전부터 반복됐다. 2011년 폭우 땐 서울 방배동 전원마을의 반지하 주택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5년 전엔 인천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치매 노인이 변을 당했다. 그때마다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달려와 심각한 얼굴로 사진 찍으며 재발 방지책을 확언했지만, 금세 망각의 저편으로 밀어 넣고 지나갔다. 또 그러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기우가 되도록, 이번에야말로 온전한 대책이 마련되고 실천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