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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깨진 창문과 학교

 

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오토바이의 운전에 대해 생각해 보자.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횡단보도 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인도 위에서 요리조리 곡예 운전하는 오토바이, 신호 맨 앞으로 가기 위해 차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오토바이 등등. 전국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처음부터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신호와 도로교통법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운전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는 운전할 때 꽤 빡빡하고 촘촘한 법체계, 이를테면 튼튼한 유리로 된 창문이 있다. 최초의 몇 명이 빨리 배달하기 위해 신호를 어기면서 창문에 작은 구멍을 냈고, 어떤 제재도 받지 않는 것을 본 다른 운전자들이 따라서 신호를 어기면서 창문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지금은 운전 법규를 잘 지키는 오토바이를 만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는데 예외인 곳이 있다.

 

경남의 한 지역의 거리를 지나다 보면 오토바이들이 신호 위반하지 않고 차 뒤에 얌전히 신호대기 하는 모습이나, 건널목과 일방통행 골목에서 사람이 오토바이를 끌고 뛰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그 지역만 배달 업체에서 배달원들에게 따로 안전 교육이라도 시킨 걸까. 정답은 유투버의 촬영이다. 그곳에 사는 한 유투버가 1년 동안 수천 건이 넘는 배달 오토바이들의 위법 운전을 채증해서 신고했다. 벌금과 벌점이 누적된 배달원들이 처음에는 유투버를 협박하다가 그것조차 협박죄, 모욕죄로 신고 당해서 법적 처벌을 받았다. 이제 그 지역의 오토바이는 안전 운전의 대명사가 되었다.

 

현재 학교 상황을 보면 도로 위 오토바이처럼 깨진 창문 이론이 진행 중인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학교에서 하루가 멀다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나는데 막을 방법이 없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최초 한두 명이 규칙을 어겼고, 그 뒤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어떤 일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걸 본 학생들은 점점 더 강도를 높여가며 교실을 무법지대로 만드는 데 앞장서는 중이다. 누군가는 수업 중인 교실 교단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누군가는 수업 중에 잠을 깨웠다는 교사에게 칼을 휘두른다.

 

교실 안에 깨진 창문을 어떻게 튼튼하게 고쳐야 할까. 얼마 전 한국 국제학교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는지 들을 기회가 있었다. 모두 한국 교실에 절실하게 필요한 내용이었다. 기본 전제는 ‘교사는 학생들에게 절대 소리 지르거나 화내지 않는다’였다. 혹시라도 교사가 학생에게 큰소리치거나 감정이 실린 말을 하면 흥분한 것에 대해 곧바로 사과해야 한다.

 

대신에 교사는 차분한 어조로 3번까지 경고를 할 수 있다. 네가 이러이러한 잘못을 했으니 너는 지금 경고 1회라고 말한다. 3번 누적되면 옐로카드가 발급되는데 학부모가 소환되어 교장과 면담을 해야 한다.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유기 정학 처리되고, 행동이 심하면 학교를 떠나 줄 것을 권고 하는데 그 전에 알아서 학교를 떠난다고 한다. 잘못된 행동의 예시는 모두 학교 규정집에 적혀있기에 학기 초에 규정집을 학생과 학부모가 숙지해야 피해를 보지 않는다.

 

자유로운 교실로 유명한 미국도 국제학교와 비슷한 법을 가지고 있다. 수업을 지속해서 방해하는 학생에게는 낙제, 다른 반 배치, 정학 등의 처벌이 가능하다. 문제 학생의 학부모 소환 시 학생을 곧바로 데려가지 않으면 고발 조치당하고, 벌금이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적어도 수업을 계속 진행 시킬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

 

깨진 창문은 새 창문으로 갈아 끼우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시 창문을 깨지 못하게 막는 법이 필수적이다. 무법 운전의 대명사인 오토바이들이 안전 운전을 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고작 1년이 채 안 된다. 학교는 적절한 법이 생기면 이보다 더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이다. 방종을 자유로 바꾸는 데 도덕만으로는 어렵다. 법과 집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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