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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 비평] '윤석열차'와 표현의 자유


경기신문이 큰 일을 했다. 언론에서 큰 일은 특종이다. 지난 3일 저녁 7시, “국민 쫓는 ‘윤석열차’···현 정권 풍자 그림 부천만화축제서 전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윤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열차에 기관사 자리엔 김건희 여사를 그린 카툰(Cartoon, 한 컷 만화)으로, 고등부 금상 수상작이다. 


5시간 후, 자정 즈음에 중앙일보가 “칼 든 검사, 조정석엔 김건희···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 논란”이란 기사로 경기신문을 뒤따랐다. 다음날 아침까지 거의 모든 언론이 이 내용을 보도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행사를 주최한 부천시 산하 기관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를 했다. 언론과 정치권의 논란이 연일 뜨겁다. 마침 4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 의제로 부각됐다. 표현의 자유에 방점을 둔 풍자라는 주장과 비하라는 주장이 충돌했다. 102억원의 후원 조건을 어겼다며 지원 축소 가능성을 내비친 정부(문체부) 대응에 언론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현 정부에 우호적이던 조선일보도 문체부가 ‘긁어 부스럼’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칫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일 수 있다는 여당 안의 비판적인 목소리도 기사에 담았다. 한 문화부 기자는 칼럼에서 ‘웃고 지나가면 될 일이었다’며 ‘저 정도 만평은 전 세계에 넘친다’고 했다. 


한겨레는 고교생 만화수상작에도 정치딱지를 붙이는 정부라고 사설을 통해 질타했다. 또한 ‘비속어’ 파문의 책임을 MBC에 전가하고 있다는 내용과 이번 풍자만화 문제까지 아우르는 해설기사로 정부가 언론·표현의 자유 옥죄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마이뉴스는 고교생 학교 교감과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기자가 정치적 주제를 다뤘다는 일부 주장이 있다고 물었다. “공모분야가 카툰이다. 카툰은 시사적인 내용으로 세태를 풍자하는 그림이다. 우리 학생은 응모 분야 성격에 맞게 시사적인 풍자 그림을 제출했을 뿐이다.” 교감 선생님의 답변은 명쾌했다. 시의성 있는 인터뷰 기사의 모범이었다. 2017년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전시회에서는 ‘올랭피아’를 패러디해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했던 ‘더러운 잠’ 작품이 논란이 됐다. 검찰에 고발됐지만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2012년에는 박 대통령을 백설공주에 빗댄 풍자도 문제가 됐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예술창작 표현물로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의 세금 부과를 풍자한 2021년 3월 19일자 매일신문 만평은 광주민주화운동까지 희화화 했다.   


이번 부천국제만화제 파문은 언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과 중앙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지역신문의 기사가 전국화 되는 전형을 보여 줬다. 배달망을 기반으로 한 일부 신문의 독점적 여론 지배는 빠르게 분화되고 있다. 경기신문 보도로 촉발된 풍자 카툰 여론의 확산 과정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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