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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약] 어떤 통증이야기

 

그를 마주한 것은 몇 년 전 이맘때였다. 호전없는 여러 치료에 지친 그를 부인이 간곡하게 치료받자고 설득해 겨우 데리고 왔다고 했다. 그는 3년 전부터 발생한 그때까지 받았던 여러 주사치료와 양약의 어떤 치료에도 거의 반응하지 않는 허리와 다리의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섬유근육통이었다. 

 

그는 10년 넘게 한 달에 한번 이상은 극심한 두통으로 며칠은 아무것도 못했다.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속쓰림과 더부룩함도 일상이다. 통증이 시작되고는 모든 치료에도 불구하고 새벽 4, 5시경에야 겨우 잠든다. "예전의 밝고 활기찬 나는 이제 존재하지 않아요. 이전과 완전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라고 그는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신경통약과 항우울제 항불안제에 더해서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복용 후 조금 완화되는 통증은 다음날 아침에 잠에서 깨면 한치도 나아지지 않고 어김없이 끔찍하게 반복되었다. 옥시코돈은 강력한 진통효과를 가지지만 또한 부작용도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독성이 있다. 극심한 통증에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복용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약을 먹어도 통증이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화병과 함께 불안장애와 우울증도 보였다. 영국인인 그는 15년 전쯤 지금의 부인과 말하자면 국제결혼을 하였다. 그는 서울이 힘들다고 했다. 공해가 심하기도 하지만 원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고국에 대한 향수 또한 컸다. 그는 부인과 헤어지는 결정은 차마 내릴 수 없어 갈등하였다. 그러던 그가 치료하던 중 고국으로의 여행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펜데믹이 발생하였고 그렇게 소식이 끊겼다. 

 

그 후에 나는 미래의 그가 예견되는 또 다른 그들을 진료실에서 많이 만난다. 그리고 진통제 없이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그들이 3년 후 10년 후에 더 건강할 수 있게 지금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한다.

 

통증은 잠재적 손상에 관한 신호이다. 치유를 위해서는 어떤 손상의 신호인지를 파악해서 예방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통증을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通則不痛 不通則痛)고 설명한다. 여기서 주어는 동북아시아인들의 세계에 대한 직관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인 기(氣)이다. 침과 한약 등의 한의학적 치료법은 14 경락(한의학에서 기가 흐르는 통로)과 전신의 기를 조절하고 소통시킨다. 

 

한의학의 치료효과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쌓이고 있는데 최근 한 연구가 흥미롭다. 만성신경병증성 통증 동물 모델에서 침의 효과를 후성유전학적 관점에서 본 연구에서 6개월간의 장기적인 침 치료를 통해 통증뿐만 아니라 만성 통증에 동반되는 우울, 불안 그리고 인지기능 장애가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로 인한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만성통증으로 인해서 처방받는 마약성진통제도 중독이 시작되는 이유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침 치료를 비롯한 한의학적 치료는 진통제의 남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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