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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인류에게 ‘찬란하게 울리는’ 예술가들의 메시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미디어전 ‘찬란하게 울리는’…12월 9일까지
미래와 환경에 대한 예술적 담론을 조망하는 미디어 전시
박형근·부지현·양민하·에이스트릭트·장종완·전소정 작가의 작품 25점
에이스트릭트 ‘모란도’ 국내 최초 공개…엑스레이 기법 활용
자연과 인류의 관계 다각도로 살피고 공생을 위한 사유 방향성 제시

 

크고 화려하면서도 붉디붉은 모란 꽃잎이 피고 진다. 진 모란은 다시 피어나고 지고 또다시 피어나고 지고를 반복한다. 에이스트릭트(a'strict)의 매체 예술(미디어아트) ‘모란도’다.

 

모란은 예로부터 생명의 시작과 끝을 담은 부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에이스트릭트는 엑스레이 기법을 통해 모란의 시작과 끝이라는 생활 주기를 되풀이하며 보인다.

 

다른 시각으로 표현한 두 개의 영상은 거울을 매개체로 삼아 공간 자체를 탈바꿈시키는 공감각적인 형태로 구현된다.

 

이는 생명의 순환을 사유하는 방식을 초현실적인 모습으로 보임으로써 우리에게 인류와 자연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영원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이처럼 수원시립미술관은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주제로 한 미디어전 ‘찬란하게 울리는’을 지난 14일부터 시작해 오는 12월 9일까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선보인다.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는 국내에서 가장 큰 도심 속 호수공원인 광교호수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자연을 품은 아트스페이스광교가 인류의 미래와 환경에 대한 다채로운 담론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다.

 

전시에는 앞서 소개한 에이스트릭트를 비롯해 한국 현대미술의 혁신을 이끄는 박형근, 부지현, 양민하, 장종완, 전소정 등 총 6인(팀)의 작가가 참여해 미디어, 설치, 사진, 회화 등 총 2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인류가 직면한 생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과 자연은 어떤 관계를 맺고, 공존해야 하는지 1부 ‘중첩된 교차’와 2부 ‘울리는 공생’으로 나눠 그 해답을 찾아본다.

 

◇ 과거-현재-미래가 교차한 ‘지금’을 보다

 

1부는 과거, 현재, 미래가 교차하는 ‘지금’을 탐색한다.

 

인류가 자연을 입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했던 과거와 공생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현재를 중첩시켜 탈인본주의(포스트 휴머니즘), 자연 생태 등 다양한 층위의 사유를 제시한다.

 

전소정, 양민하, 에이스트릭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소정 작가는 한국전쟁 이후 70여 년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비무장지대(디엠지)를 조망한 작품 ‘그린 스크린’(2021)을 선보인다.

 

디엠지는 과거 전쟁의 상흔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의 완충지대이자 인간의 흔적이 거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중간지대이다.

 

고요하고 푸르른 습지를 공존하는 모습을 통하여 자연과 인류에 대한 생생하고 무한한 이상향과 미묘한 긴장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양민하 작가는 ‘BEING·빙·氷’(2022)을 선보인다. 인류가 오랜 시간 구축한 유산을 책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인류 유산의 생성과 소멸을 보인다.

 

얼음이 흘러내리는 듯한 모습으로 묘사된 책은 아래로 떨어지며 켜켜이 층을 쌓다가 이내 무너져 내리고, 다시 무너진 책의 파편들은 축적되면서 새로운 모습을 완성한다.

 

과거를 더듬으며 발견한 생성과 소멸의 다양한 층위를 통해 우리가 마주할 새로운 생명력과 태동의 가능성을 은유적으로 제시한다.

 

에이스트릭트가 선보이는 ‘모란도’는 국내 최초 공개작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작품이다. 지난해 영국에서 처음 선보였다.

 

에이스트릭트는 최근 압도적인 몰입도로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디스트릭트(d'strict)’의 아티스트 유닛 그룹이다.

 

◇ 다양한 존재와 공존하는 방법을 묻다

 

2부 ‘울리는 공생’은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인류와 자연의 위기를 극복하고 관계 회복의 방안을 모색한다.

 

현재의 시산에 울려 퍼지고 있는 생태학적 가치로부터 대안적 이해와 서술을 찾아 다양한 존재들과 공존하는 방법과 질문을 제시한다.

 

 

박형근 작가의 ‘텐슬리스_Tenseless’(2015-2022) 연작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어 간과했던 자연환경과 현실이 혼재된 과거의 미시적인 흔적을 탐색한다.

 

그는 미시적 존재를 드러내며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에 소개하는 연작들은 강렬한 색감과 지질학적인 시간이 중첩된 상황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연출해 자연, 인간, 사회 등 지각하지 못했던 대상과 그 이면에 내재한 다양한 모습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장종완 작가의 ‘점잖은 암시’(2022)는 지금 시대의 인류가 지닌 불안을 따뜻하지만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평화로운 풍경을 배경으로 초현실적 이미지들이 가득한 화면 구성은 자연과 인류에 대한 작가 특유의 시선이다.

 

부자연스럽고 과장된 듯한 야생 동물의 모습과 화려하지만 기이한 모습의 식물들은 인간 중심 사회의 위태롭고 불완전한 현실을 보이며, 자연에 대한 변화된 사유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제주에서 주로 활동하는 부지현 작가는 우리 삶에 가까이 자리 잡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재인식하고 자연에 대한 새로운 사유의 태도를 고민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보이드-필라멘트’(Void-Filament)는 일상에서 인지할 수 없었던 빛을 가시화한 작품으로 안개를 활용하여 공간에 스크린을 만들고 빛이 어떻게 우리 삶 속에서 조응하는지 보인다.

 

‘웨어 이즈 잇 고잉_Where is it going’(2022)은 물의 흐름과 순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인지하지 못했던 물의 순환에 대하여 다시금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 “동시대 예술가 작품으로 더 나은 미래를 상상”

 

이번 전시를 기획한 윤여진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생태학적 가치를 다각도로 탐구하는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자연과 인류에 대하여 고민하고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했다.

 

전시 이해 도모를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양민하, 전소정 작품과 연계한 아크릴 퍼즐 놀이와 초록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워크북 활동 ‘오색찬란 울리는 세상’이 진행된다.

 

또한 에이스트릭트 작품 ‘모란도’를 감상하고 광섬유 조명을 활용하여 나만의 빛나는 모란도를 만들어보는 ‘화중왕 : 찬란하게 빛나는 모란도 만들기’도 진행된다.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서 인류를 향하여 찬란하게 울리는 생태학적 가치의 파동을 경험하고, 다가올 시대를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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