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4 (화)

  • 맑음동두천 9.6℃
  • 맑음강릉 19.0℃
  • 맑음서울 13.2℃
  • 맑음대전 10.6℃
  • 맑음대구 11.0℃
  • 맑음울산 9.6℃
  • 맑음광주 12.1℃
  • 맑음부산 13.5℃
  • 맑음고창 8.6℃
  • 맑음제주 13.9℃
  • 맑음강화 10.2℃
  • 맑음보은 7.5℃
  • 맑음금산 7.8℃
  • 맑음강진군 9.3℃
  • 맑음경주시 7.9℃
  • 맑음거제 10.0℃
기상청 제공

[슬기로운 뉴스 생활] 보여주기식 사과에 그치지 말아야

 

지인들과 파스○○ 커피숍에서 만나자고 했다가 장소를 급하게 변경했다. SPC그룹 계열사 브랜드 목록을 공유하면서 당분간은 다른 커피숍을 이용하면 좋겠다고 말한 이가 있어서였다. SNS에 ‘#SPC불매’, ‘#멈춰라SPC’ 해시태그가 늘었다. 불매운동 지지가 쉽사리 끝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PC계열사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이 지난 15일이다. 동료들이 사고를 목격하고 직접 수습했다. 사고가 난 기계는 가림막을 해 두고 동료 노동자들이 일했다. 노동부가 사고를 목격한 노동자의 트라우마 등을 이유로 작업 중지를 권하자 그제야 일단 중단했다. 사망한 노동자 빈소에 회사가 놓고 간 파리바게뜨 빵 상자 사진이 알려지고 비판 여론이 조금씩 확산했다. 노동과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난이 일자 관행이고 회사방침에 따랐다는 대답이 사태를 키웠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사고 발생 엿새 만인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에 나섰다. 하지만 대체로 ‘늦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룹 회장이 내는 사과문 낭독은 소리가 작았다 하고, 기자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공지한 기자회견이었으니 ‘보여주기식 사과’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낸 SPC 그룹 계열사 산업재해현황 관련 보도자료를 보면 2017년 4명에 불과하던 산업 재해자수가 2018년 76명으로 급격히 늘어나서 2021년에는 147명, 2022년 9월 기준에는 115명이 발생했다. 이의원은 통계에 집계되지 않았던 산재건수가 2018년 노동조합설립 이후 제대로 신고되기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L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사고재해자가 37명인데 이 중에 끼임이 15건, 넘어짐은 11건 순으로 산재 발생이 높았다. 대비했다면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던 문제였다. SPL은 계열사에 냉동생지 등 반죽과 소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13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지만 평소에도 안전관리를 제대로 안 했다는 후속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SPC가 국내 제빵업계 선두주자지만 노동자들 처우는 그렇지 않다. 2017년 파리바게뜨 3400여 곳에서 근무하는 제빵‧카페기사 5000여 명이 협력업체 소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법파견 논란이 불거졌다. 사태 해결을 위해 중간에 사회적 합의 등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이 문제를 두고 노사 간 갈등을 지속하는 상태다.

 

불매운동으로 애먼 가맹점주들이 손해를 본다는 보도가 제법 보인다. 그룹의 대처 미흡으로 가맹점주 피해가 야기된 부분은 안타깝다. 그렇다고 가맹점주의 피해 호소 뒤에 숨어 후속 대책을 소홀하게 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도 안 될 일이다. 국민 여론이 쉽게 풀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SPC가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과 안전 체계 구축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