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집 앞 도로가 사유지라고 합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한다며 길을 다 막아놨는데 저희는 어떻게 사나요.”
인천시 서구 석남1동에서 30년을 넘게 살아온 이재흥(남·80) 씨는 최근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대문 앞 골목길을 한 지역주택조합에서 매입했다는 내용이다.
지주택은 골목길에 매설된 상수도와 전신주를 이설하겠다며 길바닥에 구멍을 뚫었고, 차량의 이동이 불가능하도록 시멘트로 채워진 드럼통을 가져다 놨다. 드럼통에는 상수도와 전신주 이설을 신청했다는 공문도 붙였다.
또 동네 곳곳에는 ‘공공주택특별법에 의거 도심복합사업지 추진 예정’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씨는 “지주택에서 전기와 수도를 끊는다는 얘기가 도는데 동네 주민들이 불안해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을 왜 팔고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당장 집 앞에 드럼통을 놓고 길을 부수는데 구청에서는 손을 놓고 있다. 공공이 참여하는 사업이면 나라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21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가칭)율도로지역주택조합은 서구 석남동(179-78번지 일원)에 436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짓겠다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공공주택특별법에 의한 도심주택복합사업이 아닌, 주택법에 따른 지주택 사업이다.
율도로 지주택은 현재 조합원 436명 모집이 끝났다. 전체 사업부지 1만 7704㎡ 중 27%(매입 6% 포함)에 대한 토지사용권원을 얻은 상태다.
추후 조합설립을 위해서는 토지사용권원 80%를 확보해야 하고, 사업시행을 위해서는 땅 95%를 사야 한다.
현재 지주택이 드럼통을 가져다 통행을 방해하는 골목길(석남동 168-115·168-32·179-68번지)은 한 개인이 조합에게 판 사유지다.
과거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사유지를 쪼개 도로로 썼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서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상수도와 전신주 이설은 모든 주민들이 떠나기 전까지는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전력 서인천지사 관계자는 “전신주 이설을 위해서는 모든 세대가 이주를 마쳐야만 가능하다. 한 곳이라도 전기를 쓰는 집이 있으면 사유지라도 이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서부수도사업소 관계자도 “상수도 이설은 주민들이 전부 없는 상태에서 구와 협의된 이후 가능하다. 현 상태에서 이설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불안에 떨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서구는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다.
서구 관계자는 “도로가 사유지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지주택 측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얘기를 안 듣는다”고 설명했다.
율도로 지주택 정비업체 관계자는 “사유지에 있는 상수도 등 이설을 위해 도로 복개 준비를 하고 있다”며 “공공주택특별법 현수막은 추후 사업방식 변경을 추진하기 위해 걸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조경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