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문양들 위로 톱니바퀴, 프로펠러, 바람개비 등이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그 사이로는 여러 물체와 동식물 그리고 인간까지 이 세상이 모두 담겨 있다.
머릿속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생각을 키네틱아트(Kinetic Art, 움직이는 예술)로 표현하는 이영후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성남 수호갤러리가 지난 21일부터 내달 3일까지 선보이는 ‘시-두스(sidus)’는 ‘어떻게 이 시스템은 지속될 수 있지?’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작가의 탐구를 보여준다.
이영후의 관심은 건물을 짓거나 수리하기 위해 임시적으로 지어 놓은 구조물을 향한다.
도시의 거리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수많은 유지 보수의 공사 현장을 들여다본다. 비록 공사가 끝나면 사라지는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하나가 생겨나면서 이 현상은 작가의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나타난다.
이를 통해, 도시라는 거대한 체계는 결코 ‘완벽’ 혹은 ‘완전’한 상태였던 적이 없었으며 유동적이고 불안한 과정만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작가는 인류가 만든 영원한 과정의 굴레가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영속성에 대한 염원을 투영한다고 생각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역사와 삶, 미래에 대한 물음과 관찰을 표현한다.
‘CC’ 연작에서 작가는 머릿속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생각들을 드로잉으로 옮기고, 디지털화한다. 편집을 통해 적당한 배치와 배열을 설정해 한 덩어리를 만든 후 이를 지탱하기 위해 설계에 얇은 살을 붙인다.
이 살은 마치 도시의 비계 구조물처럼 덩어리 안 소우주의 배치와 배열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영후에게 작업은 작품이 완성되는 시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없는 시공간에서도 작품이 영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설계와 설계 사용법, 설계가 아무데에서나 사용되지 못하게 하는 보안 시스템 등 작품의 형태, 색, 움직임, 일원성까지 모든 걸 유지 보수할 수 있게 하는 것까지가 작업이다.
두남재 수호갤러리 학예사는 “매 순간 변화하는 환경에 한 명의 인간으로 충실하게 적응하고, 그 원인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이영후 작가는, 분명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지성으로 상상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