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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黑磁)’를 아시나요?

경기도자박물관 기획전 ‘흑자: 익숙하고도 낯선, 오烏’
한반도 도자 역사 속 비주류였던 흑자 조명
고려 이전부터 근현대까지 흑자 및 관련 자료 70점 선봬

 

고려청자, 분청사기, 조선백자…. 우리나라 도자를 대표하는 이름들이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고려시대부터 오늘날까지 한반도에서 제작되고 사용돼 왔지만, 푸른빛의 청자와 순백의 백자만큼 사랑받지 못한 존재도 있다.

 

한국도자재단 경기도자박물관이 지난 달 29일부터 선보이는 전시 ‘흑자: 익숙하고도 낯선, 오烏’는 한반도 도자 역사에서 주류에 편승하지 못했던 ‘흑자(黑磁)’를 조명한다.

 

흑자는 검은 빛을 내는 흑유를 시유한 자기를 통칭한다. 흑유는 철분 함량이 높은 흙을 사용해 산화철이 6~8%정도 함유됐다. 갈색부터 녹갈색, 흑갈색, 칠흑색까지 다양한 유색을 뽐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려시대 이전부터 근대까지의 흑자 및 관련 자료 70점을 만날 수 있다.

 

1부 ‘검은 빛으로부터’, 2부 ‘까마귀를 걸친 은둔瓷(자)’, 3부 ‘빛, 변용과 계승’ 등 총 3부로 구성돼 우리나라 흑자의 제작 배경과 흐름을 살핀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흑자는 여러 문헌들에서 발견된다.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도경’(1123)에서 흑자 다완을 ‘오잔’이라 명시했으며 서유구, 이규경 등 조선후기 실학자들의 문집에서도 ‘오자’로 등장한다.

 

해당 기록들을 통해 ‘까마귀 오(烏)’자를 쓴 ‘오자(烏瓷)’ 또는 ‘오(烏)’에 ‘기명’을 붙여 그 명칭을 부여했음을 알 수 있다.

 

한반도에 흑자가 유입된 것은 삼국시대 전후로 추정되는데, 고려시대 때 청자가마에서 부수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전시는 한반도 흑자의 원류인 자주요의 ‘흑유완’부터 접시, 장구, 기마민족 임을 상징하기 위한 마상배까지 다양한 기종으로 제작되고 확대된 흑자의 생산과 유통문화를 보여 준다.

 

 

◇ 일상을 함께 해온 흑자

 

조선으로 넘어오며 흑자는 점차 자리를 잡아간다. 조선은 이전 방식을 모방하면서도 새롭게 쇄신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이는 앞뒷면의 몸체가 납작한 편병을 통해 나타난다. 편병의 원형은 삼국시대에서 보이다가 고려시대에는 사라졌다. 이후 조선 때에서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용이 그려진 ‘흑유 용문 편병’은 시문이나 문양을 새기는 경우가 거의 없는 흑유에서 특수한 사례를 보여 주는 유물이다.

 

또한, 조선에서 흑유는 백자의 수요를 보완하거나 민수용 자기로 저변화된다.

 

병과 호로 가장 많이 생산됐는데, 이는 농경기법이 발달하며 식문화가 다양해지고 저장용기의 수요가 늘어난 배경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조선후기에 이르러서는 파주, 포천, 가평 등지에 흑자 전용가마가 지어지기도 했다.

 

 

◇ 시대 흔적 새겨진 흑자

 

근대의 흑자는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정체성이 옅어지는 동시에 민족 정체성에 대한 재해석과 의미가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민족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살리되, 현대적인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인들에게 인기 있었던 ‘칠기’의 모습과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포장 상자가 함께 있는 제품 등을 보면 관광 산업과 연계된 기념품 등으로 제작, 소비됐을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박수근의 ‘기름장수 2’ 그림을 통해서는 1960년에 기름병으로 주로 사용됐던 칠기가 어떤 방식으로 판매됐는지를 추측할 수도 있다.

 

이밖에 전시에서는 일제강점기 ‘남만주철도주식회사’에서 제작된 ‘흑유접시’와 ‘이천칠기’, 한국의 1세대 현대 도예가 ‘정규’의 작품 등을 통해 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흑자를 살핀다.

 

 

흑자의 뿌리부터 현재까지 1000년 역사를 돌아보며, 가치를 조명하는 전시는 내년 3월 26일까지 진행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