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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행 칼럼] 한국사회에 칼 꽂은 '대장동'

 

 

대장동 사기 사건의 종범인 전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 씨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진상 씨가 대한민국을 먹자고 말했다" 고 밝힌 바 있다. 정 씨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자 정치적 동지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을 먹자고 비속어로 표현한 속내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체포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 운운한 것과 정면 배치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점령이나 통치, 권력을 통한 부패를 뜻하지 않는다.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에 사안의 본질이 들어 있기도 하기 때문에 정 씨의 말을 지나칠 수 없다. 그 야심에 대입해보면 대장동 키맨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에 1억 465만 원을 출자해 이름 그대로 만 배의 수익(1208억 원)을 올린 것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김 씨의 소유든 "이재명 측 소유라고 들었다"는 공범 남욱 변호사의 전언이 진실이든 터무니없는 야심이 한국 현대사회에 칼을 꽃은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장동이라는 칼날을 뽑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대장동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당도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대장동 사기 사건은 그만큼 한국 사회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것이다.

 

톺아보면 가장 먼저 부동산이라는 한국 사회의 역린을 건드린 것을 들 수 있다. 김낙연의 '한국의 부의 불평등, 2000~2013년 : 상속세 자료에 의한 접근'(『경제사학』 40권 3호)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13년까지 기간 동안 한국 상위 10% 인구가 소유하고 있는 자산은 무려 국가 전체 자산 중 65.1%다. 국가 자산의 3분의 2 가까이 소유하고 있는데 중심이 부동산인 것이다. 살인적 양극화 주범이 불로소득에 따른 부동산이라는 것은 한국 사회가 봉건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실증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대장동은 봉건제 늪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하였다. 문제는 이처럼 심각하다. 손낙구의 『부동산 계급사회』에서 '부동산 오적'으로 제시한 재벌·관료·언론·관변 지식인·정치인 등 대부분이 대장동에 연루된 것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법조인, 조폭까지 포함돼 기존의 권력형 부동산 범죄 수준을 간단히 뛰어넘었다.

 

다음으로 자치 권력도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중앙 권력의 분권은 시대적 필연이다. 그런데 성남시가 인허가권을 휘두르며 대장동을 초래했으니 자치 권력도 강력한 민주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타락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이밖에 대형 권력형 범죄는 지금과 같은 정보 사회에서도 은폐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 많은 중앙 언론사가 아닌 지역의 소규모 인터넷 매체가 가장 먼저 대장동을 보도한 건 무엇을 뜻하겠는가.

 

대장동 수사는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부동산을 통한 양극화를 인위적으로 가속화한 것이나 자치 권력의 사유화 등은 한국 사회에 깊은 상처로 남을 것이다. 이 칼날을 뽑아내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잘못된 정치, 잘못된 권력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데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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