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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일의 오지랖] 분수령(分水嶺)과 작심삼일(作心三日)

 

매년 연말쯤이면 맞이하게 될 새해에 이루고 싶은 소망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송구영신’이다. 남성들은 금연, 금주 등이 주를 이루고 여성들은 다이어트가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듯 하다. 새롭게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하고 싶을 때, 어떤 계기 또는 시점을 특정해야 하는데 보통 해가 바뀌는 시기를 새로운 출발점으로 설정한다.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길, 분수령이다. 어제 뜨는 해가 오늘과 다르지 않고 12월 31일 뜨는 해는 1월 1일에 그대로 오는데 이와 같은 새로운 결심은 왜 새해를 맞이하면서 하게 되는걸까. 아마도 특별한 자신만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심리적 자기의지의 확인조건’ 같은 것일게다.

 

필자도 40년이 다 되어가는 흡연과의 결별을 위해 새해가 다가오는 시점을 기다리며 의지를 다지곤 했다. 실제로 몇 번은 거의 성공할 뻔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못난 흡연자는 늘 다시 담배를 피울 구실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굳이 화가 나지 않아도 담배를 다시 피울 명분을 찾기 위해 화낼 일을 찾고 있었고 술자리에서는 누군가 담배 한 대 권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찌질한 나를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러고는 늘 스스로에게 핑계를 댔다. ‘최소한 작심삼일은 넘겼다’.

 

이처럼 반복적인 결심과 실패를 경험하게 되면서 나는 담배를 끊겠다는 결심을 잘 하지 않게 되었다. 다행히 금년에 받았던 건강검진에서 폐 기능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아 큰 위로가 되었고, 소설가 이외수 선생이 했던 ‘언젠가 담배가 묻습니다. 죽을래? 끊을래?’라는 말도 위안을 삼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죽을 만큼의 건강 상태는 아니다.

 

그러므로 내년에는 못된 육체적 습관보다 못된 정신적 심성을 고쳐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사회학적 갈등론자이다. 그런 연유로 기능론자에 비해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경향이 강하다. 되돌아보면 글을 쓰는 이 시간까지도 그래왔었다. 부디 2023년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지금보다는 조신해 지기를 바래본다. 내 말과 글에서 불쑥 드러나는 칼날이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일이 없도록 무디게 만드는 일. 그것 하나면 족하다. 단언컨대, 이러한 결심이 성공한다면 내 관상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과거에 나를 알던 사람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집 서재 한 켠에 소중하게 쟁여 놓은 담배 다섯 보루가 나를 이처럼 너그럽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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