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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 세계사]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자장가’

 

나탈리야 파우스토바의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애잔하고 신비로운 음률 때문일까. 러시아의 오래된 자장가 한 곡에 매혹되었는데, 해석된 가사를 보고 흠칫 놀랐다. 1절은 세계의 모든 자장가처럼 ‘자장 자장, 잘자라 아가야’ 분위기인데 2절로 가면서 확 바뀐다.

 

(2절)
테레크강은 바위 따라 콸콸 흐르며/ 탁한 파도가 철석 거리네/ 나쁜 체첸족이 강변을 따라 기어오며/ 칼날을 가는구나/그러나 네 아빠는 노련한 전사/전장을 누빈 불굴의 전사(후략)


(3절)
너도 알겠니 그 때가 올 거야/ 싸움의 날이 찾아올 거야/용감하게 말 등자에 발을 걸고/손에 총을 쥐거라/내가 전투용 안정에/비단으로 수를 놓아주마(후략)

 

인생이 고해라도 자장가만은 평화로워야하지 않나. ‘ 아가, 나쁜 놈 잡기 위해 칼날을 갈자, 싸움의 날이 오면 총을 쥐거라’ 라니.  돋보기를 대보자. 노랫말 속의 카자크(Cossacks/ 혹은 코사크)는 전쟁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러시아를 수호해온 군대 이름이다. 아이가 성장해 카자크가 돼 달려가 싸울 전쟁 적수는 러시아 남쪽의 체첸 공화국. 러시아와 체첸은 왜 싸우는가. 러시아의 역사와 함께 짚어보자.

 

기원 후 880년대, 유목민들이 산발적으로 살던 땅에 북유럽의 바이킹족이 남하, (현재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점령해 ‘키예프 루스’를 세운다. 998년, 키예프 루스는 몽골 침략으로 멸망하고 북쪽의 모스크바 대공국이 성장, 1721년, 러시아 제국이 된다.


20세기 넘어오면서 러시아는 혼란의 도가니가 된다. 1904년의 러일 전쟁, 1905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부른 참사인 피의 일요일, 1917년 2월 혁명, 1918년, 혁명세력과 반혁명세력간의 러시아 내전 등......


러시아에 불어닥친 혁명 바람은 1917년, 레닌이 이끈 사회주의 국가, 소련을 탄생시킨다.   유럽 동구권 등 주변 국가도 소련의 위세에 끌려 공산화된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대적한 냉전시대에 소련 경제는 갈수록 추락했다. 1982년, 당권을 잡은 고르바초프가 경제 살리겠다고 시작한 개혁, 개방의 불꽃은 주변 위성국으로 튄다. 그들의 민주화, 독립요구에 불을 붙인 것이다.

 

결국 1991년, 15개 위성국이 차례로 독립에 성공했는데, 체첸 공화국은 예외였다. 체첸이 가진 6천만 톤 규모의 석유, 카스피해와 흑해의 연결지점이라는 지정학적 이익, 독립시 주변국에게 미칠 파장 등을 셈한 러시아가 ‘체첸만은 절대, 절대 독립 불가!’를 고수한 것. 18세기부터 러시아의 침략으로 만신창이 되어온 체첸인의 복수심과 독립의지도 만만치 않았다. 둘은 1990년대에 두 차례에 걸친 전쟁, 끔찍한 테러와 인질극 ,그에 대한 단죄 등, 피가 피를 부르는 보복전을 계속해왔다. 소강된 것은 푸틴이 대통령이 되면서 강행한 체첸 초토화 작전 때문이었다. 체첸의 독립을 이끌던 지도자 대부분이 죽거나 감옥에 갇혔다.

 

그렇다고 체첸인 모두의 독립의지까지 말살할 수는 없었을텐데, 지난 2월, 체첸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위해 국가 근위대를 파견해주었다. 체첸의 수장 ‘람잔 카디로프’가 친러시아쪽이며 푸틴의 최측근인 까닭이다. 우크라이나와 동병상련일 체첸의 급변신이 기막히다. 제국주의의 탐심, 전쟁의 그림자가 오랫동안 세상 모르는 러시아 아기들의 요람에 드리웠던 것도 기막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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