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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 세계사] ‘슬로바키아의 이색 행사, 이색 음악’

 

세계에는 재미난 대회들이 많다. 핀란드의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 호주의 ‘참치 멀리 던지기 대회’ , 독일의 ‘오피스 체어 레이스(사무실 바퀴의자 달리기 대회)와 익스트림 다림질 대회(수중 다림질, 절벽 다림질, 번지점프 다림질 등), 뉴질랜드의 ’어린이 대상, 길고양이 사냥대회‘ 등이 그 예다. 우리나라 ’멍 때리기 대회‘도 집어넣을 수 있을 듯 하고.

 

별나기로 최고인 듯싶은 대회는 슬로바키아의 ‘무덤 파기 대회’다. 지난 2016년, 장례 산업 발전을 위해 장례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대회 규칙을 보면, 2인 1조를 이룰 것, 오직 삽과 곡괭이만 사용할 것, 무덤은 길이 200cm, 깊이 150cm, 폭 90cm의 규격을 맞출 것 등. 심사는 정확도, 스피드, 그리고 아름다움으로 평가하는데, ‘아름다움’은 ‘얼마나 예쁘게 팠는가’를 본다고 한다. 이 이색행사 이야기를 듣다보면, 죽음이 멀고 두렵게 느껴지지만은 않다. 슬로바키아 여행하면 공동묘지가 마을에 속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풍경이 이 대회와 겹쳐 떠오른다.

 

죽음을 삶 가까이에 둔 슬로바키아 문화는 주변 강대국의 끊임없는 침탈로 피얼룩진 과거사와 유관할 듯싶다. 그 오욕의 역사 속, 국명은 슬로바키아가 아니라 체코슬로바키아였다. 1993년, 무혈혁명인 벨벳혁명으로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뉘기까지 한 몸이었다는 이야기다. 체코슬로바키아는 AD 10세기 이래, 헝가리 마자르족의 지배, 세계 1차 대전 후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 2차 대전 중 독일 나치의 지배, 종전 후, 소련의 지배로 사회주의 공화국이 되는 등, 지난한 식민의 역사를 견디어야 했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소련 위성국가 국민들이 자유를 부르짖을 때, 체코슬로바키아 국민들 역시 수도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다. 결국 약 40년, 군림한 공산정권을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지게 한 벨벳혁명을 이룬다. 우리나라의 광화문 촛불시위처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벨벳처럼 부드럽게, 평화적으로 성공시켰다고 그렇게 부른다. 이 민주화 격량기에 체코슬로바키아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각각 독립하게 되는데 이 역시 평화로웠다고 ‘벨벳이혼’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와는 벨벳이혼이 성사된 1993년, 외교관계가 수립된다. 국가간 경제교류도 활발해 현재 삼성, 기아자동차, 현대 모비스등 90개 국내 업체들이 투자하고 있다.

 

월드뮤직 강사로서 슬로바키아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처음 보는 독특한 악기 때문이었다. 산악국가인 슬로바키아 양치기들이 나무를 깎아 만들어 불었던 푸야라(Pujara)라는 관악기다. 연주를 접하면 세 번 놀란다. 보통 사람 키 넘는 160cm-200cm의 특대형 길이에 놀라고 그 장대 같은 악기를 몸에 딱 붙이고 연주 하는 특이한 모습에 놀라고 또, 마치 저승에서 혼을 부르는 듯한 저음의 신비한 소리에 놀란다. 톤 홀(손가락 구멍) 3개와 본관에 붙은 50-80cm의 짧은 관에 입술을 대고 불러내는 소리다.

 

이 이색적인 푸야라 연주를 우리나라에서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제주도에서 열린 ‘국제 관악제’로, 프로그램의 하나인 ‘세계토속관악공연’ 무대에서 스위스 알프혼(Alphorn), 중국의 셩(Sheng), 남미의 팬프루트(Panflute)와 함께 슬로바키아의 푸야라가 연주되었다. 푸야라의 내력을 아는 내게는 아쉬운 무대였다. 실내 공연장에서 원피스 입은 연주자가 마이크 앞에서 하는 공연하는 모습은 전통악기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유튜브에 슬로바키아 시골의 전통 의상 입은 노인들의 연주들이 있는데, 푸야라의 신비를 느끼려면 (영상이긴 하지만) 처음은 그렇게 접하는 게 낫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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