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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에 대한 비판…연극 ‘히스토리보이즈’

영국 공립고등학교 대학입시 준비반 이야기
8월 1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문을 두드릴 땐 운명의 여신을 맞을 준비를 해야지, 오필리어”

 

헥터의 수업 도중 어윈이 노크를 하자 헥터가 한 말이다. 헥터는 입시에는 상관이 없지만 ‘인생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하는 낭만적인 문학교사다. 그의 수업엔 각종 문학 장면이 등장하며 학생들은 노래를 부르고 시를 읊으며 수업을 한다. 그는 ‘가슴으로 느끼는’ 수업을 한다.

 

노네임씨어터컴퍼니에서 제작한 라이선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가 7번째 공연을 맞았다. 2013년에 초연한 공연은 10년을 거듭하며 인기를 이어갔다. 영국에서 상연된 원작 웨스트엔드 Ver. 연극은 ‘2005년 로렌스 올리비에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연극은 영국 옥스퍼드와 캠브리지 대학을 준비하는 공립고등학교의 입시준비반 이야기다. 명문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은 밤낮으로 예상문제를 풀며 입시를 준비한다. 단, 헥터의 수업은 다르다. 헥터의 문학 수업은 학생들의 마음을 울리는 쉼 같은 수업이 된다.

 

셰익스피어와 오스카 와일드의 문학 작품을 논하며 그들의 시를 읊는다. 작품을 아는 것을 넘어 작품에 대해 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학 속 구절을 인용하며 삶 속 경쟁과 전략에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주길 바란다. 문학의 풍부한 안전망은 그들의 삶 속에 살아 숨 쉰다.

 

반면, 새로 온 옥스퍼드 출신의 어윈 선생은 오로지 입시만을 위한 수업을 한다. 예상 문제를 풀고 뒤집어 보기를 하며 새롭게 역사를 보는 시각을 기른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정하며 역사적 결과에 대해 예측하는 새로운 그의 기법은 대학 입시에 최적화 돼 있다.

 

헥터의 낭만적인 수업 방식을 좋아하던 8명의 학생은 점차 어윈의 수업 방식에 익숙해져간다. 삶 속에 적용할 만한 인용이 아닌 답안지에 쓸 수 있는 색다른 답안을 원한다. 헥터와 어윈은 교육의 방식에 대해 논하지만, 공동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등 해결책을 모색해 나간다.

 

8명 모두 옥스퍼드 대학에 합격한 날, 데이킨은 역사 교사 어윈이 옥스퍼드 출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모두에게 거짓말을 한 어윈은 데이킨과 깊은 얘기를 하려고 하지만, 그 날 헥터와 어윈은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다. 헥터는 죽고 어윈은 휠체어를 타게 된다.

 

선생님을 잃은 학교에는 침묵만이 흐른다. 학생들을 끔직이도 사랑했고 문학 수업에 헌신적이었던 그를 보내며 학생들은 가슴 속에서 배운 문학을 떠올린다. 장애인이 된 어윈은 학교를 떠나 방송을 하며 생을 이어가지만, 그의 거짓말은 아이러니함을 남긴다.

 

연극은 관객들에게 입시 경쟁에만 매몰돼 진실을 잊은 채 살아가는 현실의 부조리를 꼬집는다. 어윈의 거짓말은 명문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최우선인 사회의 목적성을 비판한다. 열렬히 수업을 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던 그의 모습은 씁쓸함을 남긴다. 

 

연극은 문학 작품은 삶을 다 대변해주지 못하며 현실에서 치열한 입시 경쟁에도 문학작품 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논리와 수사법, 비유와 가정이 가득한 그들의 대화는 유머러스하지만 비판적이다.

 

헥터 역에 오대석, 정상훈, 견민성, 어윈 역에 박정복, 안재영, 박은석이 출연한다. 데이킨 역에 최정우, 손유동, 윤승우가 나오며 포스너 역에 김리현, 김현진, 정지우가 연기한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8월 13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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