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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색] 고구려 고분군 진파리 4호분 앞 돼지머리

 

꽉 막힌 남북관계. 그래도 소망을 버리면 안 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과거 남북간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의 추억을 나눈다.

 

2006년 4월 말, 평양 역포구역 고구려 고분군 진파리 4호분 앞에 남북의 역사학자, 문화재 전문가들이 모였다. 남북 학술교류단체인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주관하여 유네스코에 등재된 고구려 고분군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주장으로 고분에 들어가기 전에 제사의식을 갖는다. 안주는 유 청장이 그린 ‘돼지머리’ 그림, 술은 페트병의 물이다. 유 청장이 먼저 절을 하고 제사상 앞에 달러 지폐를 놓았다. 다음은 최광식 교수, 그리고 남측 참가자 모두가 절을 했다. 유 청장의 명령으로 모두 헌금을 해야 했다.(모두가 싱글벙글 웃음 꽃이 활짝 폈다!). 모인 돈을 고분 개복작업을 위해 일한 북한의 작업 인부들에게 유 청장이 정성스럽게 전달하며 오늘 저녁 술값이란다. 인부들은 허리를 굽혀 절을 한다. 신이 났다. 유 청장의 유머 감각, 배려심, 따뜻한 마음을 읽었다. 고분 안 벽면의 사신도, 천장의 일월성신, 연꽃무늬 현실 통로의 소나무, 새 등을 관찰하면서 고분 보존 상태 등에 대해 남북의 학자들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양 시내에 있는 조선중앙박물관을 방문하여 이곳에 전시된 유물을 돌아보면서 우리네 학자들과 문화재 전문가들이 내놓은 공통된 의견은 보존사업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이후 주체사상탑 등 평양시내 일원을 참관하면서 남북의 학자들은 많은 대화와 즐거운 추억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유 청장의 입심과 해박한 지식 탓에 남북의 학자들은 물론이고 우리들을 안내하는 북한 보위부 인사들도 즐거운지 평소에 말을 아끼던 그들도 입이 열리었다.

 

마지막 날 저녁, 환송만찬은 ‘민족식당’에서 열였다. ‘민족식당’에는 간단한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북한의 접대원(우리의 식당 종업원) 동무들은 손님들이 어느 정도 식사가 끝나 가면 무대에 올라 악기를 다루면서 노래와 춤으로 손님들을 즐겁게 하는데 모두가 만능 엔터데이너들이다. 손님들도 무대에 올라 노래 한 자락을 할 수가 있다.

 

유홍준 청장의 건배 제의와 북의 화답, 그리고 즐거운 대화가 이어졌다. 북한의 접대원 동무들이 무대에 오르고 노래가 시작되었다. 북한의 보장성원(안내원) A선생이 유 청장에게 말했다.

 

“다음 노래는 '기쁨의 노래 안고 함께 가리라'입니다. 제가 특별히 청장님을 위해 신청했디요. 빨리 준비하시라요!”

 

유 청장님은 나를 쳐다보며, ‘노래 부를까?’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표정으로 ‘하시지요’라고 대답했다.(사실 이 노래는 6.25전쟁 시 북한 간첩의 활동을 다룬 〈이름 모를 영웅들〉이라는 북한 드라마에 삽입된 주제곡인데, 바로 전 해(2005년) 6.15 남북 공동행사에 참여한 유 청장이 불렀다가 혼쭐이 났던 곡이다). 반주는 흘러나오고, 유 청장은 딴청을 피며 술만 들이킨다. 색깔논쟁 속에 좋아하는 노래조차 마음대로 부를 수 없는 신세를 한탄하는 듯한 모습, ‘제기랄, 차라리 내가 문화재청장이 아니라면 좋겠는데’ 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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