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한·미 금리 역전 현상 자체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이후 발생한 실물경제 충격으로 불안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발표한 '한·미 금리역전기 환율 변동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제시하기 시작한 1999년 5월 이후 현재까지 총 4차례 한·미 금리 역전이 있었고, 이 기간 환율 변동폭은 크지 않았다.
실제로 제1차 금리 역전기(1999년 6월∼2001년 3월), 2차 금리 역전기(2005년 8월∼2007년 9월)에는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3차 금리 역전기(2018년 3월∼2020년 2월)와 4차 금리 역전기(2022년 9월∼)에는 환율이 소폭 상승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으나, 큰 폭의 환율 변동은 없었다.
대한상의는 오히려 금리 역전 그 자체보다는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잉 공급된 유동성을 잡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실물경제 위기로 전이될 때 환율 불안이 커진다는 것.
실제로 1차 역전기 후반부에 '닷컴버블 붕괴'와 2차 역전기 종료 후에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 급등했다. 1차 역전기의 경우 닷컴버블 붕괴가 발생하기 전까지 환율은 하락 추세를 보였다.
반면 3·4차 역전기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주가 급락,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금융 불안 등이 발생했으나 더 심각한 위기로 확산하지는 않으면서 비교적 환율 불안이 크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 폭이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는 정도에 따라 향방이 갈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1·2차 금리인상기는 미 정책금리 수준이 5%를 초과하면서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컸던 반면 3차 금리인상기에는 최고금리가 2.5%로 높지 않은 수준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지난 4차례 금리인상기와 그 이후 원·달러 환율 추이를 분석해본 결과, 한미간 금리격차 그 자체보다는 미 실물경제 충격이 글로벌 경기침체와 환율 불안의 불쏘시개가 된 만큼, 대외발 경제 충격을 견딜 펀더멘털(기초 여건)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경제가 대외적으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미 통화정책과 실물 경제 움직임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지만, 진폭과 길이는 우리 경제의 체력에 달려 있다"며 "가계부채, 부동산PF 등 금융 부문의 잠재적 취약성을 경감시키고, 중장기적으로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역적자 구조를 벗어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