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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형의 생활여행] 여행과 싸움

 

십 년을 만난 연인이 신혼여행 갔다가, 대판 싸우고 돌아와서 파혼했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들려오는 이야기는 의문을 안긴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서로를 속속들이 다 안다 여겼던 그들은 왜 결혼까지 하고도 헤어졌을까?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면, 여행이 문제인 걸까?

 

여행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긴 시간 함께하는 일이다. 붙어 있는 시간이 긴 만큼 일상에서 인지하지 못했던 다름을 깨닫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 여행은 액티비티와 체험으로 꽉 찬 짜릿한 경험이고, 어떤 사람에게 여행은 보송보송한 호텔 침구에 몸을 파묻고 룸서비스를 주문해 하루 종일 방에서 나가지 않는 휴식이다. 여행에서 추구하는 목적이 다른 만큼 서로 사소한 일에서 부딪힐 일도 많아진다.

 

또 여행은 익숙함을 벗어난 새로움의 세계다. 아무리 치밀한 계획을 짰어도 예상을 벗어난 일이 숱하게 발생한다. 서로에 대한 예의와 거리를 유지하던 세계를 벗어난 곳에서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난다.

 

사람은 본래 전부 다르다. 하지만 만남의 회수가 잦아지고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서로에게 일정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러니 서로를 잘 안다고 여겼던 관계일수록 여행 중 상대의 다른 모습을 발견했을 때 당황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이해해보려 해도, 상대는 체력 또는 컨디션, 순간의 감정에 따라 또 달라진다. 이런 변화를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 점점 이해보다는 비난이 앞서고, 상대의 미숙함과 잘못에 집중하게 된다.

 

여행 중 싸움이 잦아질 때 필요한 것은 단순하다.

 

종종 물리적이나 심리적으로 떨어져 개인적인 시간을 갖고, 관계에서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던 선을 계속 상기한다. 그리고 상대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신에게 국한된 초점을 의식적으로 넓힌다. 여행에서 필요한 열린 마음은 이국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익숙한 상대에게도 적용된다.

 

여행에서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같은 장소, 같은 체험이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행복의 밀도가 훨씬 높다.

그러나 소중한 이와 함께이더라도 상대가 아닌 자신이 더 강해질 때, 상대의 시선은 배제하고 자신의 시선만을 내세울 때, 오랫동안 공들여 쌓아온 관계도 무너진다.

 

함께하는 상대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은 또 한 축의 여행이 된다. 똑같은 일상을 탈출해 새로운 경험을 하며 그를 통해 깨닫고 배우는 여행이.

 

때때로 추억은 이국적이고 찬란한 경관보다 평범한 순간에 깃든다. 그 순간 공기와 냄새까지 함께 공유하는 사람이, 그의 눈빛과 체온까지 곁들여지는 순간이 가슴에 더 깊게 남는다.

 

사람도 삶도 여행과 같다.

새로운 변화에 마음을 열었을 때, 삶도 관계도 한결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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