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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식 칼럼] ​진영화의 아이러니

 

경술국치 113년, 우리는 무엇을 성찰하고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지난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는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한국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참여함을 분명히 하였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북중러 진영화가 촉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이 현대적 의미의 진영화에 가담한 기원은 1896년 아관파천이다. 조선은 강압적인 일본에 대항하기 위하여 삼국간섭 이후 부상한 러시아 진영에 의탁하였다. 이후 러시아의 비호 아래 대한제국을 수립하여 근대국가로의 개혁을 추진하였으나,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일본 진영(영국)이 승리한 결과 실패로 끝나게 된다. 1945년 해방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속한 냉전 시기는 성공의 역사였다. 냉전 붕괴 이후에는 미국 일극의 조류를 타고 선진국으로까지 도약한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G2로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새로운 진영화 전략으로 인하여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미소 냉전 시기는 지정학적 갈등의 시대였으나, 미중 간 진영화의 본질은 지경·지정학의 복합적 성격이 짙다. 미소 간 진영화의 목적은 체제 안보였으나, 미중 간 진영화의 목적은 중국의 도전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미중 간 진영화로 인한 국가 간 이해득실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진영화의 단일효과로 볼 수는 없지만 중국은 경제 쇠퇴의 조짐으로 불안하고 미국과 일본의 경제는 양호하다. 미국은 숙원을 이루었고 일본은 보통국가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무엇보다 냉전 붕괴 이후 남한 절대 우위였던 한반도 외부 환경이 반전되고 있다. 사실상 핵보유국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은밀한 경제제재 해제로 최악의 경제난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 반면 남한은 안보 강화의 대가로 중국 시장 등 세계 시장의 축소로 인한 경제적 충격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한 군사비 부담 증가라는 이중 고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이 북한을 겨냥하여 한미일 진영화를 강화할수록 북중러 진영화가 촉진되어 북한이 의도하는, 북한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자주국방을 뒷받침하는 경제발전을 수반하지 못한다면, 한미일 진영화는 결국 한국이 미국과 일본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경제와 안보 사이의 균형 전략이 필요하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외무장관과 국가안보실장을 대동하였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국무장관과 상무장관을 대동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초기의 공격적인 대중국 디커플링에서 보다 온건한 디리스킹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도 안보 편향의 전략을 수정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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