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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스 생활] 언론은 장애를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

 

“특수학교를 보내든지, 아니면 외국으로 가세요.”

 

특수학급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유명 웹툰 작가에게 비난 댓글이 달렸다. 제 자식만 챙기는 이기적인 부모라는 낙인이 따라왔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처럼 쉬운 표현 같겠지만 냉담하다 못해 돌팔매에 가깝다. 처음엔 작가인 부모가 표적이 됐지만, 다음에는 그의 아들로, 그 다음에는 장애아동과 부모에게 비난이 옮겨갔다.

 

작가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했다고 하니 교권 침해라고 눈총을 샀다. 특수교사에게 자녀에 관한 당부를 상당하게 전달했고, 아동에게 녹음기를 들려 보내고, 적합한 성교육 강사를 추천하겠다고 했다. 극성 부모의 모습이었다.

 

부모 행위에 대한 비난으로 끝나지 않았다. 작가의 자녀가 비장애아동과 수업을 듣는 통합교실에서 어떤 계기로 특수학급으로 옮겨 수업을 받게 됐는지 자세히 파헤쳤다. “본능에 충실한”, “바지 내려”, “고추‧사타구니 단어 사용”과 같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주로 인용했고 제목에 그대로 노출했다.

 

자녀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행동을 이해시키기 위한 설명을 생략한 채 보도한 부분은 ‘문제적’이다. 비장애아동과 부모들에게 납득 여부를 묻는 자세로 기사가 쓰인 측면도 있다. 이런 말과 행동을 하는 장애아동을 비장애아동과 함께 수업하는 것이 괜찮은가를 질문하는 식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SNS 게시글, 커뮤니티 누리꾼들의 주장, 장애아동이 다닌 학교의 일부 학부모 발언들이 등장했다.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전제를 단 기사가 많았다. ‘논란’만 다룰 뿐이었다. 특수교사의 교권 보호를 위한 대처 매뉴얼의 필요성이나 시급성, 협력 교사를 확대하도록 하는 정책적 방안은 주목하게 만들지 않았다.

 

가장 우려되고 문제라고 본 부분은 장애아동을 포함해 교육하는 통합교육의 기회를 결과적으로 위태롭게 했다는 데 있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분리교육하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라든가, 소리를 지르거나 위험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행동을 장애아동의 문제행동 혹은 돌발행동이라고 부르면서 대처가 쉽지 않고 위협적이기까지 하다는 식으로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장애아동은 장애의 정도와 표현방식에 따라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설명하지 않았다. 장애아동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확대했다. 교실을 나누거나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라는 배제와 차별의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데도 그대로 인용해 썼다.

 

철학자 누스바움은 학교란 타인과 공감하며 사회와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민주 시민을 길러내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은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며, 학교란 남들과 잘 어울려 살 수 있는 법을 배우는 중요한 공간이다. 학교가 그러한 역할과 모습을 지향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와 교육의 가치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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