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맷돌고성] 다모클레스의 칼

 

BC 4세기, 시칠리아의 시라쿠사는 디오니시오스 2세가 통치하고 있었다. 독재자였던 그는 절대 권력으로 휘하에는 꼼짝 못 하는 부하들과 호화스러운 궁전에는 값진 물건으로 가득했다. 측근이었던 다모클레스는 이런 왕의 권력과 부가 늘 부러워했다. 어느 날 다모클레스가 디오니시오스 왕에게 부탁했다. 왕처럼 하루만이라도 호사를 누려봤으면 좋겠다고. 왕의 허락이 떨어지자 다모클레스는 드디어 하루 동안 왕 노릇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를 경배하는 부하들과 향기로운 술, 아름다운 여인, 흥겨운 음악. 모든 것이 완벽했다.

 

푹신한 방석에 앉아 오늘만큼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그는 우연히 천장을 바라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날카로운 칼이 단 한 가닥의 말총에 매달려서 그의 머리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벼운 미동 하나에도 검이 떨어져 죽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 순간부터 달콤했던 술도, 음식도 더는 맛을 잃었고, 음악도 즐겁지 않았고 오로지 공포와 불안감만이 엄습했다. 넋 나간 표정의 다모클레스에게 디오니시오스 왕은 말했다. "그 칼에 뭘 그리 놀라나. 나는 매 순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나라를 이끌며 정책을 결정하고 있는데. 나의 권력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처럼 항상 위기와 불안 속에 유지되고 있는 것이네."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cles)’이라는 서양 경구의 유래이다. 위대한 힘이나 성공에는 그 이상의 큰 책임과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다. 특히 권력자들이 획득한 권력에 취해서 잘못 사용하게 될 때 경고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권력의 최고 자리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행동이 전체 국민을 대표하므로 늘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한 뒤에 행동하여야 한다. 나의 결정 하나로 전체 국민이 행복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불행해질 수도 있기에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다. 처음 권력을 얻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을 것이다. 집무실과 관저도 옮기고, 내각과 주요 자리는 모두 충성파들로 채우고, 전용기에 해외도 맘대로 나갈 수 있고 부족한 경비는 다른 예산을 전용할 수도, 전 정권이 만든 정책들도 다 바꿀 수 있고, 실수로 한 발언도 언론이 적당히 무마해 주고, 불안한 경제 지표 등도 전 정권 탓으로 돌릴 수 있었다.

 

물론 그 모든 결정과 행동은 심사숙고(?) 끝에 나온 것이겠지만 지도자는 늘 천장에 매달린 칼을 의식하면서 무한한 책임감과 국민에 대해 무겁지만 따듯한 애정의 마음으로 고뇌해야 한다. 중국의 사상가 순자(荀子)는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君舟民水)"라고 했다. 물은 배를 항해하게 하지만 뒤엎을 수도 있다. 그만큼 국민을 거스르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 “다모클레스의 칼은 곧 국민”이기 때문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