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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약] 수치심과의 대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연인’은 배우들의 열연과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역사를 실감 나게 재현해 내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재미있게 보던 중 인상적인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전쟁이 일어나고 여인들만이 피난하던 중 은애는 만주 군에게 겁탈을 당할 뻔하는데 이 찰나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길채는 가지고 있던 은장도로 만주군을 찔러 죽인다. “여인이 오랑캐에게 욕을 당하면 죽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잠시 적과 얼굴을 마주했다 해도 살 수가 있겠느냐”라고 받은 교육을 떠올리며 죽는 게 낫다고 절망하는 은애에게 길채는 “우리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라고 결연하게 말한다.

 

전쟁이 끝나고 정혼자인 연준이 은애에게 청혼하니 “나는 연준도련님의 각시가 될 자격이 없어,더럽혀진 몸이잖아”라며 한번 더 주저하는 은애를 설득하며 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하며 그 당시의 유교사회의 시선과 달리 혼인을 응원한다. 그 후 길채는 은애보다 더 심한 일을 당했지만 죽으려고 하지 않고 생명을 택하고 오히려 오랑캐에게 욕을 당했다고 치욕으로 우물에 빠져 죽으려는 여인도 구해낸다.

 

수치심은 거부되고, 조롱당하고, 노출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는 고통스러운 정서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여기에는 당혹스러움, 굴욕감, 치욕, 불명예 등이 포함된다. 수치심의 발생에는 초기에 누군가에게 보이고, 노출되고, 경멸받는 경험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치심은 자기 자신이나 내 행동의 특징이 알려지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할 수 있는 행동을 숨기기도 하고 자신의 행동이 알려지면 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하지 않도록 비굴한 행동을 하도록 한다.

 

수치심은 학습에 기반 한다. 그 개인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행동을 하게 만들어 사회에의 적응을 돕는 사회적 기능이 있기도 하지만 수치심 연구가인 브레네 브라운은 수치심은 전적으로 해롭다고도 말한다. 왜냐하면 수치심은 존재에 관한 감정이고 해로운 이유는 위의 은애와 같은 거짓수치심 때문이다. 사회적 관념. 주입된 어떤 신념으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수치스럽게 여길 수 있다.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사회적 기준을 자신에게 무의식적으로 강요하고 그것에 도달할 수 없으면 스스로 수치스럽게 여기는 경우 해롭다. 이렇게 자신의 존재를 수치스럽다고 말하면 더 움츠려 들게 되고 숨게 되어, 삶을 개선할 수 없다.

 

거짓수치심을 넘어서는 방법은 피하지 말고 응시하며 이 감정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타인에게 용기를 내어 드러내는 과정도 필요하다.

 

다른 이에게 욕을 당해도 씩씩하게 살아내었던 길채지만 어떤 길채라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현에게는 주저하며 “하면 오랑캐에게 욕을 당한 길채는”하고 묻는다. 장현은 “안아줘야지 괴로웠을테니”하며 이제는 다 괜찮다고 말한다. 이제까지 존재했던 수많은 길채에 대한 위로로 들렸던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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