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공룡 신세계와 롯데가 주류시장에서 맞붙는다. 양 사는 위스키 등 증류주를 주류시장에서 차기 먹거리로 낙점하고 사업 확대를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2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와 신세계는 각각 신동빈 회장, 정용진 회장의 지시 아래 제주에 증류주 주조 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제주감귤공장부지를 활용해 위스키, 증류주용 시설을 포함한 관광형 증류소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롯데칠성음료는 앞서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제주 증류팀'을 신설하고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 절차를 밟아왔다.
신세계L&B 역시 위스키 제조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신세계L&B는 신세계가 지난 2016년 인수한 제주소주의 공장 부지를 활용해 증류소 건립 방안을 모색중이다.
또 롯데와 신세계 양 사 모두 영국 스코틀랜드 증류기 업체 '포시스'와의 구매 계약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칠성음료와 신세계 L&B는 각각 포시스의 증류기를 선택했다.
포시스는 글로벌 증류기 업계 내 최고급 브랜드로 인정받는 곳이다.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 뿐 아니라 전 세계 증류소들의 장비를 설계하고 제작한 경력을 갖추고 있다. 포시스의 증류기의 가격은 한 대 당 수 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증류주 사업 확대를 위한 롯데와 신세계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롯데와 신세계가 비슷한 시기에 증류주 사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위스키가 유행을 타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혼술문화가 자리잡으면서 국내에서 하이볼 및 위스키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주류시장에서 '차기 먹거리'로 급부상했다는 분석이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 수입량은 1만 6900t으로 2000년 이후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롯데와 신세계의 증류주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제주도에 설립을 추진중인 증류시설이 당장 인허가가 나지 않아서다.
기후조건상 위스키의 불모지로 불리우는 국내 실정에 맞는 위스키 제품 개발도 숙제로 남아있다. 여기에 주세법상 증류주의 세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롯데·신세계표 위스키가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을 갖춰야 주류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위스키 수입·유통을 넘어 자체적으로 위스키를 론칭하려는 시도자체는 대단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당장 증류주 제조 시설 확충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에 맞는 증류 설비도 갖춰져야 신규 제품 개발 및 브랜드 론칭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