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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 페미 논란'을 대하는 온도가 그 때와는 다른 이유

페미 논란이 또 터졌다. 이번엔 게임업계다. 그런데 소비자의 반응은 여느 때와 다르다.

 

게임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집게손' 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임업계는 연일 시끄럽다. 집게손 모션은 한국 남성 성기 크기가 작다는 것을 묘사한 행위로, 대표적인 남혐 표현으로 통한다. 

 

처음 발견된 곳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였다. 이를 시작으로 같은 회사 내 다른 게임 던전앤파이터, 블루아카이브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게임 속 남혐 표현 논란은 다른 게임사로까지 퍼졌다. 카카오게임즈 이터널리턴,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 등 게임업계 내 각지에서 논란이 될만한 집게손이 등장했다.

 

여러 게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온 집게손 대부분이 한 애니메이션 외주업체의 결과물에서 등장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혐 논란은 더욱 덩치를 키웠다. 게다가 해당 스튜디오에 근무하는 팀장급 애니메이터가 페미니스트를 자처, 자신의 SNS에 페미 사상을 가감없이 드러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집게손은 곧 '페미 논란'으로 발전했다. 여기까지가 약 5일간 이어진 '게임 페미 논란'의 타임라인이다.

 

게임 애니메이션 속 0.1초간 재생되는 캐릭터들의 손이 집게손 모양인 것이 정말 남혐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는지, 흔히 말하는 일부 극성 '페미'의 은밀한 취미였는지 여부는 우리가 알 길이 없다. 확실한 것은 집게손 포즈를 한 게임 캐릭터의 모습이 페미 논란에 휘말렸다는 점 뿐이다. 

 

주목할만한 것은 이를 수용하는 소비자의 시각이다. 게임 페미 논란에 대해 게임 소비자들은 논란의 영상 소유자인 게임사에게 돌을 던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게임사들을 피해자로 바라보고 사측의 난처한 상황을 이해한다는 여론이 대체적이다. 이는 과거 타 산업에서 발생했던 페미 논란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앞서 유통·금융 산업 등지에서 벌어진 페미 논란은 비난의 화살이 언제나 기업을 향해 있었다. 

 

이렇듯 페미 논란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온도차가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여러 사례를 보고 듣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페미·남혐·일베 등 첨예한 갈등 이슈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인식이 성숙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페미 논란이 일었을 때 그 사건의 최고 책임자인 기업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이어진 것이 과거라고 한다면, 지금은 무작정 비난하기 보다 사건의 행간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늘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이유는 게임업계가 여타 어느 산업보다 친소비자적인 성향을 나타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게임사는 24시간 쉬지않고 돌아가는 사업 특성상 소비자의 목소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이용자와의 실시간 소통을 중요시하며, 신속한 피드백이 필수적이라고 여기는 곳이 게임업계다. 

 

이번 게임 페미 논란이 '게임사 논란'으로 번지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지난 25일 페미 논란이 최초로 불거지자 넥슨 메이플스토리는 몇 시간 뒤인 26일 오전 0시 1분에 사과문을 즉시 올렸다. 같은 날 김창섭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사무실에서 긴급 라이브방송을 켜고 이번 사안에 대해 현재 취하고 있는 조치, 회사의 입장과 향후 계획을 이용자들에게 신속하게 알렸다.던전앤파이터는 공지사항에 영상 전수조사중임을 알리는 것은 물론, 조사과정에서 발견한 논란이 될만한 영상 클립과 재생시간을 공지글 밑단에 실시간으로 추가해 이용자들이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간의 긴밀한 소통은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실시간으로 진행상황을 전달받는 것은 사측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소비자는 제대로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날선 감정은 어느새 풀리게 된다. 게임업계에서 이번에 벌어진 '페미 논란'이 무탈하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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