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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나는 궁금하기 짝이 없다

  • 최영
  • 등록 2023.12.13 06:00:00
  • 13면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 날은 14일부터 치러진 조선변호사시험의 둘째날이었다. 4일간 치르는 고시 도중 상법시험을 마치자 갑자기 일본인 시험감독관들이 달아나버렸다. 사태를 파악한 수험생들은 ‘이법회(법대로하자는 뜻)’라는 단체를 결성, 시험위원회를 압박해 전원 합격증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한해 기껏 10명 전후의 합격자를 내던 시험에서 갑자기 남쪽에서만 106명의 법조인이 쏟아져나왔다. 그래도 일본인들의 빈 자리를 메꾸기에는 모자라 법원서기 경력자들에게 특별임용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을 실시해 판검사로 만들었다. 이들에겐 하늘에서 영감님 자리가 굴러들어오는 해방정국이었다. 

 

벼락출세한 이력 때문에 법조 내부에서 자격지심에 시달리던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의 정통성을 입증할 돌파구로 좌익척결에 매달렸다. 선배 판검사든 항일투사든 빨갱이로 몰기만하면 자기가 올라서는 판국이었다. 일제 때 판검사를 하다 해방을 맞아 과오를 반성하고 양심적으로 일하려던 사람들은 보도연맹을 만든 오제도 같은 사상검사들의 먹이가 되었다. 빨갱이라 찍어 재판에 넘기면 판사들조차 눈치판결을 내놓아야 했던 시절, 그렇게 대한민국 법조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갔고 군사정권을 거치며 이법회출신 유태흥은 전두환시절 대법원장까지 올라섰다. 이 사람의 영광은 무엇의 대가였는지 나는 궁금하기 짝이 없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나아졌을까? 검사만 되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해괴한 판결을 내려도 대통령과 친분만 있다면 얼마든지 법원 최고위직에 오를수 있는 시절이라면 뭐가 다를까? 버스요금 800원을 납입치 않았다며 버스기사를 해고한 회사의 징계가 정당하다 판결한 오석준판사가 22년11월 대법관에 올랐다. 버스기사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가 복직판정을 내린 사건을 행정법원의 오석준부장판사가 해고가 정당하다며 다시 버스기사를 길거리로 내몬 것이다. 그런 오석준판사는 2013년, 자신이 수사한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로부터 85만원 어치 접대를 받아 면직된 검사의 경우는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면직취소판정을 내린 바 있다. 800원과 85만원, 도데체 대한민국 대법관이 들고있는 저울 눈금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2013년 서울시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기소했던 이시원 전공안검사는 지금 청와대공직기강비서관을 맡고 있다. 그는 유우성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조작된 출입경기록을 증거로 제시하며 재차 간첩으로 몰았던 사람이다. 검사가 증거까지 조작해버리면 사기꾼들은 뭘 먹고 살라는 것인지 난감한 노릇인데.. (하긴 대통령의 장모가 잔고증명서를 위조해 징역을 살고 있는 판이니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증거위조범에게 가족 같은 친밀감을 느꼈을 수는 있겠다) 이 정권이 대한민국 공직에 기강을 세우는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6일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장에 2007년 서울중앙지검3차장 시절 이명박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BBK주가조작의혹을 무혐의 처분했던 김홍일을 지명했다. 대한민국은 아직 사상검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인지.. 이 분과 방송통신과의 연관성이 무엇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김두식의 책 『법률가들: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은 이렇게 적었다. “거칠게 평가하자면,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돌이킨 사람들은 예상한 것 이상의 불행을 맛보았고, 끝까지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한 사람들은 기대한 것 이상의 영광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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