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산 직후 혼자 키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생후 36일 된 아기를 살해한 뒤 풀숲에 버린 20대 친모에게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 20대 A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이 당시 대학교 졸업생이었고, 뜻하지 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당황하고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는 등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에 참작의 여지가 있으나, (출산) 병원에서 입양 절차를 안내했음에도 피해 아동 출생신고를 하면 주변에 알려지고 짐 될 것 같아 병원 제재에도 퇴원 후 그날 살해했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변호인 입회 후 일관되게 범행을 자백, 반성하고 있다”며 “어린 나이에 임신한 사실을 모르고 갑자기 출산하게 된 피고인의 사정을 고려해달라”고 변론했다.
피고인은 최후진술에서 “수원구치소에서 보낸 반년이라는 시간은 제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많은 후회와 반성의 시간이었다”며 “이 일(출산)을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고,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큰 잘못을 저질렀다. 너무 늦었지만 잘못을 잊지 않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A씨는 2019년 4월 말 대전의 한 병원에서 남자아기를 출산하고, 한 달여 뒤인 6월 초에 퇴원해 주거지 인근 하천 변에서 아기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A씨는 아기가 선천성 질병으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게 되자 혼자 키울 자신이 없고, 입양을 보내려면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경찰이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미신고 영아 사건, 즉 ‘유령 영아’ 사건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