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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zip] ⑨위기마다 과감한 베팅으로 도약한 '호반건설'

1989년 직원 5명·자본금 1억으로 출발
1997년 현대여신금융으로 사명 변경
2006년에 드디어 지금의 호반건설로
2000년대 민간임대아파트 본격 공급
전국으로 분양 사업 확장하며 ‘안착’
주택시장에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
2005년 광주서 서울로 본사 이전하고
신규 브랜드 ‘호반베르디움’을 론칭
수도권서 외면 받던 지역을 타깃으로
주거 안정에 주력하며 입지 확보 나서
광교·판교·동탄·송도·청라·의정부 등
신도시·택지지구 개발에도 적극 참여
2010년 쇼핑몰 ‘아브뉴프랑’ 선보이고
2017년부터 리조트·골프사업에도진출

건설사는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역사와 함께한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건 토목사업부터 고도 성장기의 각종 SOC 국책사업에서 건설사들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기업들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선봉이었고, 개발도상국 시절 외화를 벌어들이는 주요 창구기도 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 주거 형태이자 각 가정의 주된 자산인 아파트 역시 건설사를 빼놓고는 논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에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잦은 인명사고로 지탄을 받기도 하고,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또 현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지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경기신문>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명암을 고스란히 반영한 건설사들의 성장 과정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호반건설은 광주광역시의 한 건설회사에서 일하던 김상열 회장이 1989년 3월 직원 5명과 자본금 1억 원으로 설립한 ㈜호반에서 출발했다. 1996년 8월 현대파이낸스라는 금융업을 시작했고, 1997년 현대여신금융(주)으로 2006년에는 사명을 호반건설로 변경했다. 금융업의 축재수단으로서 건설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현대파이낸스를 호반건설의 모태로 본다. 이 때문에 호반건설이 건설업과 함께 금융을 일으켜야 하는 부동산 개발사업을 동시에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재도 호반건설은 금융업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영향인지 호반건설은 실물경제에 밝고, 리스크 관리에 철저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래서 금융업계에서는 김 회장을 단순한 건설업자가 아닌 금융전문가 또는 투자전문가로 보기도 한다.

 

호반건설은 설립 초기부터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해왔다. 분양률이 90%가 되지 않으면 다음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협력업체와 거래 시 어음 없이 현금으로만 결제하는 것이 그 예다. 이러한 경영 기조로 평시에는 큰 성장을 이루기 어렵지만, 경제위기 시에는 오히려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국내 건설업 경기가 얼어붙자, 대기업 건설사들은 국내사업을 축소하고 해외 플랜트 사업으로 대거 진출한 반면, 호반건설은 무차입 경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량의 공공택지를 매입하고 자체사업방식으로 큰 이윤을 남겨 성장했다.

 

1990년대에는 광주 안에서 아파트 건설사업을 했고 2000년대에 들어 '호반리젠시빌'이라는 브랜드로 민간임대아파트를 광주·전남권에 엄청나게 공급해 몸집을 키웠다. 이 당시 동업관계의 회사들이 있었는데 나중에 독립해서 골드클래스와 리젠시빌주택이 됐다. 2005년에는 본사를 광주 쌍촌동에서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으로 이전하고 '호반베르디움'이라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 현재까지도 사용 중이다. 

 

◇ 임대주택 사업으로 기반 다져 주택 시장의 신흥 강자로

 

초창기 호반건설은 광주 삼각동에서 148가구의 임대주택 사업을 시작으로 광주와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사업을 전개했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1만 6000여 가구의 임대아파트를 공급했고, 2000년대에는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천안, 대전, 울산, 전주 등에서 성공적인 분양을 이루며 서서히 주택 시장의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2005년 호반건설은 수도권 진출을 꿈꿨지만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가 이미 즐비한 수도권 시장 진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도권 지역에서 외면받았던 곳을 주요 타겟으로 삼아 주거 안정에 주력하며 입지를 확보했다. 이때 용인·춘천·충북 오송 등 수도권의 핵심 지역에 자사 아파트 브랜드 ‘호반베르디움’을 성공적으로 진출시켰다.

 

김 회장의 강력한 경영철학 덕분에 2007년까지 186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던 호반은 2009년에는 30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2013년에는 1조를 훌쩍 넘긴 1조 193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단 몇 년 사이 3배나 성장한 것으로 김 회장의 뛰어난 경영 능력을 증명하는 결과였다. 

 

◇ 공격적 영업과 사업 다각화로 사세 확장

 

호반건설은 2008년 이후 엄청난 물량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면서 2009년, 2010년, 2014년 전국 주택 공급 실적 1위에 오르는 등 2000년대 후반부터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 다수의 신도시 및 택지지구 개발에도 참여했다.

 

광교신도시, 판교신도시, 동탄신도시,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배곧신도시, 세교신도시, 한강신도시, 전북혁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경북도청신도시, 도안신도시 등에 진출했으며, 이 외에도 수원 호매실지구, 평택 소사벌지구, 의정부 민락2지구, 부천 옥길지구, 고양 원흥지구, 청주 성화지구, 오송지구, 강서지구, 용인 흥덕지구, 춘천 거두지구, 부산 명지지구, 대구테크노폴리스, 경산 임당 역세권 도시개발지구 등에 진출했다.

 

 

사업확장의 일환으로 호반건설은 2010년 국내 첫 임대형 스트리트 쇼핑몰인 '아브뉴프랑'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아브뉴프랑 이후 건설사에서 직영하는 스트리트몰이 여럿 생겨났다. 아브뉴프랑은 현재 판교, 광교, 광명, 배곧점이 운영중이다.

 

2017년부턴 레저사업에도 진출했다. 제주도 중문 관광단지 내 퍼시픽랜드를 인수하는 것은 물론 덕평CC, 서서울CC 등을 인수했으며 현재 국내 7곳, 해외 1곳에서 리조트와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풍부한 그룹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는데 그 중 미디어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호반건설은 2011년 KBC광주방송의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방송미디어 사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21년 5월 언론사 'EBN'과 '전자신문'을 잇달아 인수했고 서울신문 지분도 19.4% 보유 중이다.

 

호반건설은 건설사 인수에도 다수 참여한 바 있다. 2018년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해외 사업장 리스크를 확인한 후 과감히 인수를 철회했고 2015년에는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무산됐다. 굵직한 기업의 M&A 시장에서 호반건설이 자주 등장하는 모양새다. 

 

◇ 2세 경영 승계로 안정적인 지배구조 유지

 

현재 자산순위 33위의 호반건설은 이미 2세 승계가 마무리돼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창업주 김상열 회장은 2세와 전문경영인에게 본업인 건설 분야를 맡기고 지난해 서울신문을 중심으로 한 서울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으며 호반장학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룹 경영은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총괄사장이 도맡고 있다. 사실상 총수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 총괄사장은 1998년생으로 올해 35세다. 2011년 호반건설주택에 입사하면서 그룹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호반건설로 자리를 옮겨 미래전략실 상무이사, 기획부문 대표 부사장을 역임하다가 2020년 기획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총괄사장은 호반건설 지분 54.73%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는 아버지인 김상열 회장의 지분인 10.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김 총괄사장이 이렇게 많은 지분을 보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08년 설립된 비오트가 있다. 김 총괄사장은 비오트의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비오트는 설립 5년만인 2013년 호반씨엠과 에이치비자산관리를 흡수·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웠고, 이후 사명을 호반건설주택으로 바꿨다. 2018년에는 호반건설과 합병하면서 김 총괄사장은 호반건설의 최대주주로 거듭나게 됐다.

 

김 총괄사장의 두 동생인 김윤혜 호반프라퍼티 경영총괄사장과 김민성 호반산업 전무는 호반건설 지분이 없다. 김윤혜 경영총괄사장은 호반프라퍼티 지분 31%를, 김민성 전무는 호반산업 지분 42%, 호반프라퍼티 지분 20.6%를 보유하고 있다.

 

김 총괄사장은 호반건설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사업 발굴에 힘쓰고 있다. 특히 벤처캐피탈을 통한 투자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공격적 성장 이면의 '구설수'

 

호반건설은 1989년 설립 이후 공격적인 영업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급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공공택지 벌떼입찰, 경영승계 논란, 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의혹 등 각종 구설수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해 호반건설은 '공공택지 벌떼입찰'과 관련해 곤욕을 치렀다. 주요 골자는 호반건설이 페이퍼컴퍼니나 다름없는 자회사 수십 개를 설립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는 신도시 등에서 공공택지를 무더기로 낙찰받았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은 이와 같은 편법 입찰로 2022년 12월 1일 압수수색을 받았다.

 

벌떼입찰과 같이 경영승계 논란도 따라왔는데, 호반건설이 수도권 공공택지 사업권을 수주해 2세 회사에 무상으로 양도하고 사업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경영권을 장기간에 걸쳐 ‘편법’ 승계한 정황이 나왔다. 이에 호반건설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608억 원을 부과받았다. 

 

이외에도 올해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된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수사가 이어졌다. 검찰은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해 김상열 회장을 소환했다. 검찰은 김 회장을 상대로 하나은행에 대한 성남의뜰 컨소시엄 이탈 요구 및 하나은행과의 구체적인 협의 과정을 확인했으며 지난 4월에는 호반건설과 산업은행 등을 압수수색했다. 더불어 전중규 전 호반건설 총괄부회장 등 관련자들도 추가로 소환됐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2015년 2월 23일 '그랜드 컨소시엄'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하나은행이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합류하면 불필요한 경쟁이 사라지고 사실상 단독 공모를 통해 금융기관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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