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게임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중국 시장을 공략하던 한국 게임사들에 적신호가 켜졌다. 중국 정부가 과도한 게임 시장 팽창 및 게임 중독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는데, 게임사의 매출 하락을 동반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한국 게임사는 물론 중국 진출을 통해 반등을 노리던 한국 게임사들이 발이 묶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26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NPPA)는 '온라인 게임 관리 대책' 초안을 발표했다. 대책 초안에 따르면 게임을 서비스하는 퍼블리셔(유통업체)는 '디지털 지갑'의 충전 한도를 지정, 온라인 게임의 하루 지출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하루 과금 한도를 정하고 이용자가 한도 이상의 지출을 할 수 없도록 막는다는 의미다. 또 매일 로그인하는 이용자와 장시간 이용자에 대한 보상 및 지출을 유도하는 상품을 제공할 수 없게 된다.
미성년자는 아예 확률형 아이템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이외에도 스트리머에 대한 규제로 신설돼 이용자들이 스트리머에게 일정 금액 이상을 후원할 수 없게 된다.

게임 내용 규제도 강화한다. 민족 차별을 선동하거나 민족 단결을 손상시킬 수 있는 내용, 국가 종교 정책에 반하는 사이비 종교나 미신 등의 내용이 금지된다. 게임 대다수가 신화를 배경으로 하거나 신비로운 콘셉트를 차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국가 종교 정책 등에 반하는 내용으로 해석된다면 언제든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NPPA가 발표한 온라인 게임 규제안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국내 게임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인센티브 수단을 포기해야 하고, 주요 매출처인 확률형 아이템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 게임사들이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매출 규모가 작지 않은 만큼 규제가 강화될 경우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 규모는 29억 5744만 달러(약 3조 8500억 원)로, 전체 수출액 가운데 34.1%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것이 초안인 만큼 완화의 가능성도 있어 향후 진행 방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원안이 실제로 집행된다면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들은 물론, 출시 대기 중인 게임 사에게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당국의 규제 초안이 발표된 뒤 중국 주요 게임업체와 중국 서비스 비중이 높은 게임사들의 주가가 잇따라 하락했다.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1, 2위 게임사 텐센트와 넷이즈 주가는 각각 13.5%, 26.8% 떨어졌다. 국내 게임사 중에선 크래프톤 13.77%, 위메이드 13.34% 급락했고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넥슨의 주가도 11.93% 하락했다.
게임시장이 요동치자 NPPA는 업계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규제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NPPA는 다음 달 22일께 수정된 '온라인 게임 관리 대책' 최종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국가신문출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게임 관리 방안은 게임 산업의 번영과 건전한 발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출 한도 설정 등 당사자의 우려에 대한 의견을 계속 수렴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NPPA는 온라인 게임 관리 방안 규제 초안을 내놓은 이후 105종의 게임에 대해 내자판호를, 40종의 외국산 게임에 외자 판호를 발급했다. 외자 판호 발급 목록에는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 소울2(이하 블소2)'와 위메이드의 '미르M',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X: 넥스트 제너레이션'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 당국이 한 번에 100개 이상의 판호를 발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고강도 규제 방안을 발표한 뒤 게임 시장 달래기성 조치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내자 판호 105종을 발급했다는 것은 최근 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대규모 손실을 초래한 이후 당국이 입장을 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해석했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