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이하 메이플)의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 확률을 소비자 몰래 낮춰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적발된 넥슨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 116억 원 및 시정명령 제재를 받았다.
넥슨 측은 공정위의 판결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공정위는 넥슨코리아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 4200만 원을 부과한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 2010년 5월 유료로 판매되는 확률형 아이템 '큐브'를 메이플스토리에 도입했다.
큐브는 게임 내 캐릭터가 착용하는 장비의 옵션을 재설정 할 수 있는 장비다. 장비의 큐브를 사용하면 '잠재 능력'으로 불리는 3개의 옵션이 임의로 장비에 부여된다.
큐브는 개당 1200원(레드큐브) 또는 2200원(블랙큐브)에 판매됐다. 넥슨은 큐브 상품 도입 당시에는 옵션별 출현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했으나, 2010년 9월부터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인기 옵션이 덜 나오도록 확률 구조를 변경했다.
2011년 8월 이후에는 선호도가 특히 높은 특정 옵션의 등장 확률을 0%로 조작했다. '보보보(보스 공격시 대미지 증가*3)', '드드드(아이템 드롭률 증가*3)', '방방방(방어력 무시*3)' 등 보스·사냥 플레이시 효율이 가장 높은 최상위 옵션들이 3개가 나오지 못하도록 바꿨다. 넥슨은 변경된 확률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물론 2011년 8월 '큐브 기능 변경 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는 거짓 공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장비 등급 상승(등업) 확률을 임의로 낮춘 사실도 드러났다. 메이플스토리의 장비 아이템은 레어→에픽→유니크→레전드리 순의 잠재 등급이 존재하는데, 등업을 위해서는 큐브를 사용해야 한다. 큐브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일정한 확률로 등업을 노릴 수 있는 구조다.
넥슨은 2013년 7월 장비의 최상급 등급인 레전드리 등급을 만들고, 등급 상승 확률이 높은 '블랙큐브' 아이템을 함께 출시했다.
출시 당시 블랙큐브의 레전드리 등업 확률은 1.8%였지만 2013년 12월에는 1.4%까지 낮아졌다. 2016년 1월에는 1%로 등업 확률을 낮췄다. 넥슨은 이러한 사실 역시 이용자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숨긴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큐브 확률이 처음 변경된 2010년 9월부터 확률이 외부에 공개된 2021년 3월까지 약 11년 동안 넥슨이 큐브를 통해 55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김정기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은 "확률형 아이템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 정보는 확률"이라면서 "무형의 디지털 재화 특성상 판매자가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다면 소비자는 절대 이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넥슨의 또 다른 게임인 '버블파이터'에서도 뽑기형 아이템을 이용한 거짓·기만행위가 적발됐다.
버블파이터는 2015년 2월 게임 내 이벤트로 '올빙고 이벤트'를 새로 진행했다. 이용자가 빙고판에 적힌 숫자와 같은 카드를 열어 전체 빙고판을 완성하면 이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빙고판 숫자는 일반 숫자 22개와 '골든 숫자' 3개로 구성된다. 일반 숫자 카드는 게임 내 각종 임무를 완수하면 획득이 가능하지만, 골든 숫자 카드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인 '매직바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최초 올빙고 이벤트에서는 매직바늘을 사용하면 언제나 일정 확률로 골든 숫자 카드를 얻을 수 있었지만, 2017년 10월 10차 이벤트부터 2021년 3월 29차 이벤트까지는 매직바늘 1∼4개 사용 시까지 골든 숫자 카드를 획득할 확률이 0%로 변경됐다.
매직바늘을 4개 사용할 때까지는 '당첨'이 절대 나오지 않고, 5개째부터 일정 확률로 '당첨' 아이템이 나오는 구조로 변경된 것이다. 넥슨은 이런 확률 변경을 숨긴 채 이벤트 관련 공지에 '매직바늘 사용 시 골든 숫자를 얻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공정위는 넥슨이 확률 관련 사항들을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리는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해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넥슨에 향후 금지명령과 함께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116억 4200만 원 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영업정지 6개월 제재를 부과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서비스 정지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과징금으로 대체한다는 의미다.
이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부과된 과징금 중 역대 가장 높은 액수다. 종전 최고액은 2019년 음원상품 허위 광고와 관련해 카카오에 부과된 1억 8500만 원이었다.
공정위는 "온라인 게임시장에서의 소비자 기만행위 등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를 지속해 감시하고, 공정한 게임시장 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넥슨은 공정위 발표에 입장을 내고 "이용자들께 큰 실망을 안겨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공정위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다만 넥슨은 "해당 논란은 2021년 '큐브' 확률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당시 선례가 없었다"며 "공정위가 문제로 지적한 2010년∼2016년은 전 세계적으로 게임 확률을 공개하지 않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또 넥슨은 3일 오후 12시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최원준 넥슨 라이브본부 총괄은 사과문을 통해 "이용자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를 돌아보며 부족한 점을 채우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