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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참을 수 없는 비루함

  • 최영
  • 등록 2024.01.12 06:00:00
  • 13면

 

10일, 민주당내 비명그룹 의원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3인이 탈당을 선언했다. 기득권을 내려놓은 모든 세력과 대연합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11일, 이낙연 전민주당대표는 제3지대 신당창당을 위해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 한다. 이들과 한목소리를 내던 이상민의원은 진작에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민주당을 향해 날선 비난들을 쏟아냈다.

 

“양심 때문에 비정상 정치에 끌려가는 건 더 이상 못하겠다”며 어제까지 같이 마시던 우물에 가래침을 뱉었다. 심지어 당대표까지 지냈던 이낙연씨는 “민주당 전체 의원의 44%가 전과자”라며 "병적인 요인"이라고 비난했다. 44% 전과기록의 대부분은 민주화운동이나 노동운동 과정에서 빚어진 희생일진대 그의 눈에는 모두 범법자에 불과했다. 광주항쟁의 피비린내가 아직 선연했던 80년대 초 동아일보에 전두환 찬양기사를 적었던 이낙연기자의 본성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망언이 아닐 수 없다. 

 

선거는 멀쩡하던 사람도 미치광이로 만든다. 지금까지 이들이 민주당에 요구한 것은 딱 한가지였다. 요지는 “이재명대표는 공천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라”는 것이다. 정작 당시 대표는 정치테러로 병원에 입원해있었는데 말이다. “정치가 비루하다”고 내뱉으며 탈당한 조웅천의원은 스스로 정치를 더욱 구차하고 비루하게 만들고 있음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선거를 앞둔 의원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내가 다시 국회의원을 할 수 있는지’ 여부일 뿐, 이들이 갈 길은 빤하다. 이준석신당과 어떤 형태로든 결합해 판을 키울 것이다. 허나 이 모든 상황은 ‘제3지대 빅텐트’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집권당이 그리고 있는 ‘빅피처’에 가깝다. 결국 선거판의 모든 길을 ‘반이재명’ 구도로 통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정치 자체가 비루한 것도 맞다. 

 

비루한 것이 어디 정치 뿐이겠는가? 언론이 제대로 서있다면 정치가 비루해질 수조차 없다. 대한민국 언론은 황색언론(黃色言論,옐로 저널리즘)의 극치를 띠고 있다. “재미없는 신문은 죄악이다”라며 흥미 본위의 선정주의 보도를 부추겼던 퓰리처를 찜쪄먹을만치 대한민국은 선정주의 황색언론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유사 이래 처음으로 제1당의 대표가 백주대낮에 흉기로 목을 찔리는 끔찍한 테러가 벌어져도 대표의 안위 보다 ‘지방의료 무시’로 프레임을 몰고가는 언론을 정상적인 언론이라 칭할 수 있을까? 명백한 테러를 두고 공범이나 배후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경찰이 테러범의 신원조차 공개하지 않으며 “1cm 열상”을 입었다며 사건을 축소하려해도 제대로 지적조차 하지 않고 베껴쓰기만 하는 언론을 어떻게 봐야 할까? 또 테러로 생사를 넘나든 환자의 상태나 가족의 의견을 고려해 헬기이송을 결정한 일을 두고 두 병원에 대한 업무방해로 이재명대표를 고발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정상적인 의료단체의 활동일까? 아니면 지금 ‘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협상중인 이익단체의 정치적인 활동으로 봐야할까? 

 

나는 이 모든 것들은 자신들의 직업윤리조차 저버리는 참을 수 없는 비루함이라고 본다. 본질과 벗어난 다른 프레임을 띄워 사실을 은폐, 축소, 왜곡하는 언론기술자들의 장난이 선거판을 쥐락펴락한다. 언론 스스로 민주주의를 허물어뜨리고 있다. 그래서 마크트웨인은 이렇게 말했다.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은 무식한 자다. 신문을 읽는 사람은 잘못된 사실을 아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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