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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아버지의 의료일지

모르핀의 처방과 사용

 

모르핀은 진통제 주사약이다. 아편을 농축하면 모르핀이되고 모르핀을 개량하면 마약 헤로인이 된다. 프로포폴처럼 과다 사용하면 중독되기 때문에 남한에서와 마찬가지로 북쪽에서도 모르핀 처방은 신중하다. 몇 개를 누구에게 어떻게 처방했는지를 꼼꼼히 기록하고 주사량이 많아지면 조사를 받는다. 모르핀을 주사하면 즉시에 통증이 멎는다. 약효 때문에 환자는 모르핀 처방을 원한다. 모르핀은 통제품이기도 하지만 원한다고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버지 덕분으로 어머니의 신경성 위장병이 도질 때마다 모르핀을 처방 받았다. 통증이 시작되면 나는 병원으로 달려갔고, 모르핀을 가져와 주사했다. 주사기를 빼는 동시에 꼬부라졌던 어머니 허리가 펴이고 곧바로 깊은 잠에 빠진다. 모르핀 처방이 잦아지고, 더 이상 얻기 어려워지자 다른 것으로 대처했는데 약효가 적어 통증을 멈추지 못했다. 통증을 멈추기 위해 사람들은 모르핀 원료가 되는 아편을 집 울타리에 심었다. 잎이나 줄기를 말려 놓았다가 장염이나 기타 다른 병이 생길 때 다려서 먹으면 즉시 효과가 나타난다. 약품이 부족하니 나름 아는 것만큼 진통제로 아편을 사용했다.

 

함흥시에서 북서쪽으로 가면 장진군이 있다. 거기에서 아편을 대량 재배한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양귀비 열매에서 나오는 진을 채취했다. 감자를 심던 밭에 양귀비를 재배하니 메뚜기가 떼지어 몰려나왔다. 그렇게 얻은 아편은 장진군에서 어딘가로 실려나갔다. 진액을 채취하면서 아편을 먹고 중독되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누구도 먹으려 하지 않았고 먹을줄도 몰랐다. 아편을 먹기 보다는 지루하고 답답한 일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다. 아편이 돈이 된다고 하니 진액을 조금씩 모아 진득해지면 엄지손가락 한마디만큼 크기로 만들어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이 있었다.

귀한 모르핀보다 수십배의 효과를 얻는 마약이 대량 유통된 것은 1990년대 이후에 있은 일이다. 화학공업도시인 함흥에서 빙두라는 마약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의사의 처방과는 별개로 사용되는 마약은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주었다. 황홀경에 빠져 순간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마약은 수요가 점차 늘었다. 화학공업도시 답게 화학적 처리를 거친 마약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함흥에서 생산된 마약은 전국 각지로 뿌려지고 국경을 넘었다.

 

식물에서 채취한 모르핀이나 화학적 과정을 거쳐 생산된 마약은 남이나 북이나 사회적 문제이고 이슈가 된다. 모르핀이 부족해 치료가 힘든것도 문제이지만, 모르핀보다 농도가 짙은 마약이 생산되는 것도 문제다. 어쩌다 최초의 진통제가 몸과 정신을 파괴하는 마약에 이르게 되었는지. 대중의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하늘에 별이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면 참으로 안타깝다. 용도에 맞게 의사의 처방에 따라 온전히 사용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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