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카드·보험·증권 등 각 계열사의 핵심서비스를 한데 모은 '슈퍼앱'을 둘러싼 금융지주들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비대면 금융 채널을 고도화해 인터넷전문은행 등 빅테크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분간은 인터넷은행과의 격차를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슈퍼앱 '뉴 원(New WON)' 출시를 준비 중이다. NH농협금융도 'NH올원뱅크'를 카드·보험·증권 기능을 탑재한 슈퍼앱으로 강화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슈퍼앱은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그룹의 핵심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제공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추가 앱 설치나 회원가입 절차 없이 서로 다른 계열사의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해 고객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주요 금융사들은 슈퍼앱을 핵심 경영 목표에 포함시키고 전(全)그룹 차원에서 슈퍼앱 구축 및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 이미 슈퍼앱의 기반을 구축한 금융지주들도 서비스의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슈퍼앱 '신한 슈퍼쏠(SOL)'을 출시한 이후 이를 관리하는 전담 부서를 구축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신한 슈퍼쏠은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 수 300만 명을 돌파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KB스타뱅킹', '하나원큐'를 통해 개별 계열사의 주요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고 있으며, 꾸준히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5대 금융지주가 모두 슈퍼앱 경쟁에 참전한 것은 인터넷은행 등 빅테크사의 확장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들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기능을 선보이는 전략으로 빠르게 이용자들을 확장해 나갔다. 최근 인터넷은행 3사의 고객 수는 4000만 명을 돌파했다.
다만 아직까지 이들이 인터넷은행들을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월간이용활성자수(MAU) 확대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인터넷은행을 따라오기는 역부족이라는 것. MAU는 한 달 동안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 이용자 수를 나타내는 것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쓰인다.
실제로,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의 MAU는 1758만 명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MAU 1000만 명을 넘긴 기존 금융권 앱은 KB스타뱅킹과 신한은행의 '쏠뱅킹' 뿐이었다. 우리금융 슈퍼앱의 기반이 되는 우리WON뱅킹의 MAU는 지난해 말 기준 817만 명이다.
인터넷은행들도 MAU 확보를 위해 앱테크 등 다양한 기능을 선보이며 고객을 붙잡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갓생챌린지' 등 매일 앱을 접속하는 미션을 통해 고객 유치에 나섰으며, 토스 또한 '매일 이자받기', '행운복권', '행운퀴즈' 등을 통해 고객의 앱 체류시간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앱은 기본적으로 입체 기능이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돼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단순 조회 등의 목적인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혜택과 가입한 상품을 확인하게 할 수 있는 장치들을 촘촘하게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MAU를 확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