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상반기 안으로는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 동결(3.5%)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처럼 밝혔다.
그는 “지난번 금통위에서도 2월 경제전망이 11월에 했던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로 가기는 쉽지 않다고 얘기했다”면서 “발표대로 2월 전망이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11월 전망과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5월에 다시 경제전망을 할 때 나오는 숫자를 보고 (인하 가능성을)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 금통위원 중 1명이 3개월 이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1명이 기준금리를 3.5% 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며 "나머지 5명은 3개월 후에도 3.5%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5명은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2%보다 높은 수준이고 앞으로 물가가 우리 전망대로 둔화할지 불확실성이 커 아직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며 "1명은 소비가 당초 전망보다 부진해 물가압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내수부진도 사전적으로 대응해야 해서 조기 금리인하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고 부연했다.
향후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해서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며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함으로써 물가 상승률을 2% 수준으로 안정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금리 동결 배경으로 물가를 강조했다.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봤다. 그는 ‘총선 이후 건설업계가 줄도산할 것이라는 4월 위기설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총선 이후 부동산 PF가 터진다는 것은 큰 오해"라며 "부동산 PF는 상당수 정리되는 중이고, 총선 전후로 크게 바뀔 것이라는 근거가 뭔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PF가) 모두 살아날 수 없지만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한다"며 "미시 정책 통해서 금융안정을 도모해야지 금리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조개혁 등을 통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오를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현재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대해 2% 정도로 보고 있다"며 "하반기 어느 시점에 저희가 새로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령화를 잘못 다루게 되면 잠재성장률이 음의 숫자로 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며 "앞으로 어떤 정책을 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 등 때문에 2%에서 더 낮아지는 방향으로 갈지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며 "노력해서 올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조적인 노력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올릴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