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은행권이 수수료이익을 내기 더욱 힘들어졌다. 비이자이익 강화가 은행권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지만 수수료이익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중도상환수수료 제도 개선을 위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개정안 변경 예고를 다음달 15일까지 실시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은행은 대출을 취급함으로써 실제로 발생하는 필수적인 비용만 중도상환수수료에 반영해야 한다. 대출금 중도상환시 발생하는 자금운용 차질에 따른 손실 비용, 대출 관련 행정·모집비용 등 실제 비용 내에서만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 것.
해당 비용 외의 다른 항목을 추가해 가산할 경우 금소법상 불공정영업행위에 해달해 1억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고객이 대출을 만기보다 앞서서 상환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다. 은행은 금융소비자에게 대출을 내어준 뒤 예상되는 이자이익 등을 바탕으로 자금을 운용하는데, 차주가 대출금을 조기에 상환하면 자금운용에 공백이 생겨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를 통해 은행들이 버는 금액은 연간 3000억 원 정도로, 전체 이익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5대 시중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2021년 3174억 원, 2022년 2794억 원, 2023년 상반기 1813억 원 등으로 집계됐다.
최근 '중도상환수수료 무료'를 내세운 인터넷은행들의 입지가 커지고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이 활성화돼 대출 갈아타기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중도상환수수료의 존재감은 더욱 희미해지고 있다.
문제는 현재 은행들이 비이자이익 측면에서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이자이익은 41조 3878억 원이었으나 비이자이익은 3조 8928억 원으로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은행들은 ATM 수수료에 이어 최근에는 환전수수료까지 무료화를 선언하며 출혈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대규모 투자손실을 야기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인해 금융투자상품 판매에도 제동을 걸어 비이자이익 성장을 기대하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 DLF와 라임펀드 사태 이후로 은행의 투자상품 판매가 복잡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ELS 불완전판매 논란이 또 다시 발생해 은행에서 투자상품 판매는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은행들은 당분간 자산관리 서비스(WM) 강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또한 ELS보단 수익률이 낮지만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주가연계예금(ELD) 등의 판매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서울 반포동과 도곡동에 30억 원 이상 자산가가 이용하는 'KB골드 앤 와이즈 더 퍼스트' 지점을 추가로 연다. 우리은행도 지난 23일 자산관리 특화센터 '투체어스 W(Two Chairs W) 부산'을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개점하고 이를 계기로 부산지역 자산가 영업에 나선다.
신한은행은 PIB센터 1개(강남)와 패밀리오피스 센터 2개(서울·반포)를 포함한 25개의 PWM센터를 운영 중이다. PIB센터에서는 PB와 IB(투자금융)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100억 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는 '패밀리오피스'에서 1대 1로 관리한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