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 사이의 지배구조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당국이 농협금융 계열사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인사권, 경영권 개입이 도를 지나쳤다고 보고 있는 만큼, 범농협을 둘러싼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NH투자증권 사장 선임 절차로 촉발된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 사장 후보에 증권 경험이 전무한 농협중앙회 출신이 오르면서 대주주인 농협중앙회가 금융계열사에 낙하산을 꽂으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 사장에 앉히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준석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부터 순차적으로 농협금융,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NH투자증권 사장 선임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했는지와 최근 농협은행 배임사고, NH선물 외환송금 사고 등 계열사의 내부통제 부실이 농협중앙회의 경영 개입에 따른 것인지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사실상 NH금융지주를 통해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를 정조준한 셈이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대부분의 금융지주들은 엄격한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받는 등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금융당국의 규율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농협금융의 대주주인 농협중앙회는 농협법 제12조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심사를 받지 않는다. 다른 대기업집단과 달리 금융지주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없이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농협 브랜드료를 근거로 금융계열사로부터 매년 수천억 원의 자금을 가져가거나 물밑으로 계열사 인사 개입이 수차례 일어나는 등 공식·비공식적으로 농협중앙회의 경영권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NH투자증권 CEO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도 이러한 지배구조 리스크에서 비롯됐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농협을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방안까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복합기업집단이란 비금융주력자가 2개 이상의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고, 소속 금융회사의 자산 총액이 5조 원 이상일 때 지정된다.
이는 금융당국이 비금융기업의 부실로 금융계열사의 동반 부실화를 막기 위해 2021년에 도입한 규제다. 지난해 기준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곳은 삼성·한화·교보·미래에셋·현대차·DB·다우키움 등이다.
금융복합기업집단은 소속 비금융회사와 금융회사 간 출자구조와 내부거래 등 전체 그룹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대표금융회사를 통해 공시해야 한다.
즉, 농협이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농협중앙회가 NH금융지주의 최대주주라는 지배구조를 인정하면서도, 금융당국이 금융계열사에 대한 농협의 경영 개입과 내부거래를 직접 감독·검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을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적용하는 게 맞는 방향일 수 있어 관련 개선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복합기업집단으로 적용되면 농협의 비금융-금융기관의 임원교류, 내부거래 등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배구조 법체계의 허점을 개선해 농협-NH금융지주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