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에서 고통받는 장애아동은 어디서 쉴 수 있을까.
11월 19일은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2000년 세계여성정상기금이 제정했다.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기념하고 있다.
'2023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아동 학대는 263건으로, 이 중 8건이 인천에서 발생했다.
인천지역 장애아동 학대는 2020년 3건(전국 133건), 2021년 35건(전국 166건), 2022년 25건(전국 249건)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학대받는 장애아동은 늘어나는데, 쉼터는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까지 인천도 마찬가지였다. 피해장애인쉼터에서 성인 장애인과 함께 지낼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지낸 장애아동이 지난해만 3명이다.
이제는 한시름 덜었다. 전국에서 4번째로 인천에서 피해장애아동쉼터가 문을 연 덕분이다.
인천시는 피해장애아동쉼터 운영 관련 예산을 올해 8억 9500만 원, 내년 9억 3600만 원을 편성했다. 인건비 상승분 등을 감안한 것이다.

이 쉼터는 18세 미만 학대 피해 장애아동들이 잠시 머무는 장소다. 2차 피해를 막고 안전한 장소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면서 일상을 회복하도록 지원한다.
남‧여 아동 공간을 분리했고, 정원은 4명씩이다. 최장 1년간 머물 수 있다. 올해 남아 4명·여아 3명 등 모두 7명의 장애아동이 입소했는데, 현재 3명은 퇴소한 상황이다.
이들의 일상 회복이 가능토록 쉼터는 언제나 손을 내밀고 있다. 심리치료소와 협약을 맺어 언어·미술·음악 등 치료 프로그램을 주 2회 이상 지원하고 있다.
건강 관리에도 팔을 걷었다. 장애아동이 다친 채 오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7월 입소한 A군(17)도 폭행으로 눈가에 심한 멍 자국과 함께 눈 주변 뼈도 부러진 상태였다.
급히 병원을 수소문해 인천신세계안과를 찾았고, 종합검진 결과 A군은 폭행으로 인한 골절뿐만 아니라 관리가 전혀 안 된 탓에 시력이 나빠지고 있었다. 진료 후 안경을 맞추고 매달 정기 검진으로 시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췄다.
현재 쉼터는 인천신세계안과·연세꿈꾸는아이치과·검단탑병원과 맞손을 잡았다. 이들 기관은 학대피해 장애아동의 건강지킴이로 나설 것을 약속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 보호에는 유관기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장애아동이 돌아갈 곳은 대부분 ‘원가정’이다. 단순히 아동보호에 끝나는 게 아니라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쉼터에서 장애아동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심리치료·사회적응 등 프로그램을 지원하면 다음 장은 지자체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몫이다.
지자체는 아동이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 갈 수 있는 곳을 찾아주기도 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부모교육 등에 나선다.
김윤경 인천시피해장애아동쉼터 센터장은 “장애아동들만 갈 수 있는 쉼터가 그동안 없었다. 지역시설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입소 문의를 하고 있다”며 “인천 장애아동이지만 경기도로 갔었는데 올해 쉼터가 생기면서 다시 인천으로 온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목표는 피해장애아동쉼터 홍보였다. 쉼터가 생겼다는 걸 알린 만큼 내년에는 더 많은 문의가 들어올 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충식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은 “피해아동의 치유, 부모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의회 차원에서 인천시피해장애아동쉼터에 대한 지원을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학대 피해가 의심되면 인천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나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하면 된다. 조사원이 현장으로 나가 학대 정황 등을 확인 후 피해 사례로 판정하면 바로 분리 조치해 쉼터로 인계한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