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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사업 실패에 목숨 잃는 아이들…사전 파악 통한 예방 불가능한가

용인 일가족 살해 사건 등 경제적 이유로 범행
발견 후 경찰 인계 어려워…즉시 신고 제도 필요

 

경제적 위기로 가정을 부양할 수 없다는 판단에 자녀를 살해하는 참극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가 희생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사전에 감지하고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5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가장 A씨가 자신의 아내와 10대 자녀를 포함해 일가족 5명을 살해한 뒤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아파트 분양사업 과정에서 사기 혐의로 고소당해 과도한 빚을 지게 되자,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불과 한 달 전인 3월 9일에는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 B씨가 가족을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발생했다. B씨는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 그리고 아내를 살해한 뒤 추락사한 채 발견됐으며, 지인에게 빌려준 3억 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을 비관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사례들은 부모가 경제적으로 극심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가족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극단적 결단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경제적 가족 살인’을 사전에 포착하고 예방할 사회적 안전망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 중등 교사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가정환경을 자세히 묻는 것조차 민감한 상황”이라며 “신체적 학대가 아니라 단지 경제적 어려움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신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위기가정을 비교적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법적 근거 부족으로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경제적 문제만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위험을 감지하더라도 제도적으로 개입할 수단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동학대 사망 사례 중 상당수가 ‘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 44명 가운데 23명이 부모에 의해 살해된 뒤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경우로 확인됐다. 이는 2019년 대비 155%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학교, 지자체 등 아동을 가까이에서 접하는 기관들이 위험 신호를 인지했을 때 경찰에 신속히 연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성청소년범죄를 담당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사소해 보이는 정황이라도 경찰이 조기 개입한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영국의 ‘아동사망검토제도’를 국내에도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국은 아동이 사망할 경우 원인을 조사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아동사망의 사례검토 및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이실유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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