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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아의 MZ세대 찍어 먹기] '커뮤 정치' – 커뮤니티라는 동굴 속 메아리: 공론의 실종

 

‘커뮤’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줄임말이다. 주제별 게시판 형태로 구성된 이 공간은, 익명으로 글을 쓰고 댓글을 달 수 있는 온라인 모임이다. 취미, 게임, 정치, 연애, 뉴스 등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다. 스마트폰과 함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으며 이제는 여론의 흐름까지 바꾸는 힘을 갖게 됐다. 누군가는 소속감을 느끼고 또 누군가는 자신이 놓쳤던 정보나 감정을 되찾는다고 말한다.

 

최근 TV 대선후보 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한 발언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는 성적으로 노골적이고 여성 비하적인 글을 인용하며, 그것이 여성혐오에 해당하느냐고 다른 대선 후보에게 질문했다. 공중파 생방송에서 나온 이 발언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시민사회는 이 후보가 커뮤니티 여론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해당 표현은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통되던 자극적인 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현실 정치를 논의하는 장에 온라인 유행어와 자극적 프레이밍이 그대로 유입된 것이다.

 

익명성과 속도감, 그리고 정서적 동질감을 무기로 삼은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제 단순한 정보 공유의 장을 넘어 정치 감정의 증폭 장치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토론하기보다는 비슷한 생각만 반복하며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익숙한 주장에는 환호하고 불편한 말엔 조롱과 몰아세우기가 이어진다. 복잡한 현실을 단순한 선악 구도로 축소하며 대화는 사라지고 전투만 남는다.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레딧(Reddit)은 게시판마다 정치 성향이 뚜렷해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각각의 공간에서 자기들만의 진실을 소비한다. 포챈(4chan)이나 왓츠앱(WhatsApp)과 같은 해외 플랫폼들은 음모론, 가짜뉴스 유포, 심지어 집단 폭력까지 불러왔다. 인도에서는 허위 정보가 린치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는 점점 더 정치를 감정싸움으로 끌고 가고 있다. 유권자는 더 이상 시민이 아니라 팬덤이 되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나 에코 챔버(Echo Chamber) 현상이라고 부른다. 필터 버블은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정보만 보여주면서 타 의견에 노출되지 않게 만드는 현상이며, 에코 챔버는 비슷한 의견끼리만 반복되어 반향처럼 울리는 구조를 뜻한다. 결국 커뮤니티 이용자는 자신의 의견과 유사한 생각만 접하면서 다른 견해나 사실은 무시하거나 왜곡한다. 정치란 더 이상 사실이나 타협의 영역이 아니라 감정의 충돌만 남는 싸움터가 된다. 플랫폼은 관심과 반응을 중심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의견일수록 더 오래 남고, 더 멀리 퍼진다.

 

문제는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삶과 생각은 언제나 복잡하고 애매하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복잡성을 지우고 모든 것을 편 가르기로 단순화할 때 민주주의는 위협받는다. 정치란 나와 다른 목소리와도 마주할 용기에서 시작된다. 커뮤니티 여론에 기대는 정치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과 생각을 직접 만나 듣는 정치가 필요하다. 감정을 편 가르는 커뮤니티 정치는 멈춰야 한다. 현실의 다양한 목소리가 충돌하는, 느리지만 살아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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