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끊이지 않은 줄로
지평선까지 이어진
이 나무들은 무엇인가요?
아들아, 죽은 자들이란다
전장으로 나가
돌아올 수 없었던 이들이지
잘 보아라 도회로 들어가려
검문소에 모인 농부들처럼
줄 서 있는 꼴을
거대한 대문은 빗장 채워져 있고
망루는 밤새 횃불과 궁수들로
득시글거린단다.
“시는 시드는 것, 사라지는 것, 죽어가는 것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지난 4월 3일, 제주를 방문한 팔레스타인 작가 자카리아 모하메드(55)는 한국 작가들과의 만남에서 ‘기억’으로서의 문학의 의미와 가능성을 역설했다. “어린 소녀의 미소, 노인의 눈물, 하늘을 나는 새의 노랫소리, 해질녘의 노을…. 시는 사라지는 것들이 없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야 한다.” 자카리아 모하메드는 첫 시집 『마지막 시들』(1981)을 비롯해 다수의 시집을 펴낸 팔레스타인의 대표적 문인이다. 이에 대해 「순이 삼촌」, 『지상에 숟가락 하나』 같은 작품을 통해 1948년 4.3의 기억을 줄곧 다루어온 제주 출신의 작가 현기영은 “망각의 정치에 저항했던 제주 4.3문학 또한 재기억(re-memory)의 문학이었다”고 화답했다.
4.3 57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세계작가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 2명의 팔레스타인 작가들은 ‘1948년 4.3’의 비극에 특히 많은 관심을 표시했다. 1971년생으로 팔레스타인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마흐무드 아부 하쉬하쉬(35) 시인은 “팔레스타인 또한 제주 4.3학살이 진행되던 무렵인 1948년에 이스라엘군에 의해 대학살을 겪었다”라고 공감을 나타냈다. ‘대참사’를 뜻하는 나크바(Nakba, 이스라엘 건국)가 바로 이 해에 팔레스타인 땅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또 “점령 상태에서 씌어지는 나의 글쓰기는 폭력적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마흐무드 시인은 시집 『유리의 고통』(2002)과 장편소설 『헤브르』(2004) 등을 출간했으며, 현재 라말라의 카탄재단에서 문화?과학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2명의 팔레스타인 작가들은 제주 북촌에서 열린 희생자 위령제에도 참석했다. 북촌은 1948년 450여 명에 달하는 인명이 희생되고 마을의 가옥이 전소된 지역이다. 자카리아 시인은 “1982년 베이루트가 포위되었을 때, 25만발의 폭탄 세례를 받고 초토화되었던 5월 4일이 떠오른다”고 진저리를 쳤다. 마흐무드 시인은 “압바스 수반의 조치로 팔레스타인 거리에 붙은 포스터가 지워지고 있지만,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4월 6일 환송회에는 조정래, 오수연, 김영현, 김종광, 안현미 등을 비롯해 20여 명의 문인들이 참석해 친목의 시간을 가졌다. 강태형 시인(문학동네 대표)은 “두 분 시를 보면서 분노와 증오 대신 슬픔이 어려 있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자카리아 시인은 “한-팔 문학교류를 위해 우리 모두 ‘다리’가 되자!”고 말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고영직 |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