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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2주기] 방어하는 교사들, 약해지는 공교육의 책무성…교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화성 한 초교에서 학부모 '폭언' 사건 발생
교사들의 불안감 덜어 줄 사전 대응책은 부족해
불안감에 방어적 지도,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가

 

18일,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다. 비극 이후 정부와 교육당국은 교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했지만,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최근 화성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일 초등학교 4학년 담임 A 교사는 몸이 아픈 학생을 조퇴시켰다. 당시 자녀를 데리러 온 아버지 B씨는 "학생 휴대전화가 켜져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아이를 혼자 정문까지 내려오게 했다"며 언성을 높였고 A 교사를 교문으로 불러내 폭언을 쏟아냈다. 

 

사건 이후 A 교사는 불안 증세를 호소하며 병가를 냈다. 5일 뒤 업무에 복귀한 A 교사는 학부모가 볼 수 있는 학급 소통망에 '교사에 대한 폭언을 자제해달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에 B씨는 다시 학교를 찾아와 A 교사에게 1시간 40분 동안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사가 "숨이 안 쉬어진다"며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수첩과 펜 등 물건을 집어던지며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1시간 동안 정말 진짜 다 때려 부수고 싶은 거 참았다", "저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어떻게 괴롭히면 사람을 말려 죽이는지 안다" 등 폭언을 쏟아냈다.

 

교권 침해를 막고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기반이 마련된 상태다. 교권침해 사안이 발생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교권보호 4법'이 지난 2023년 국회를 통과했다.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이 해당돼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개념을 별도로 분리해 규정하고 침해행위의 유형을 확대했다. 특히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돼 조사을 받는 경우 교육감의 의견 제출을 의무화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를 해제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현재 경기도교육청은도 교사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경기교권보호지원센터 확대 ▲지역교권보호위원회 내실화 ▲안심콜 탁(TAC) 운영 ▲마음 8787 구축 ▲교원보호공제사업 확대 등이다. 

 

경기교권보호지원센터는 2022년 3개 교육지원청에서 시작해 2025년 도내 모든 교육지원청으로 확대됐다. 올해 3월부터는 '교육활동 보호 안심콜 탁(TAC) 1600-8787'을 통해 법률․행정․심리 상담을 실시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초 개통한 교원 심리상담 플랫폼 '마음 8787'을 통해 3~6월 동안 503명의 교원이 개인 상담을 했으며, 1148명이 심리검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시스템으로 올해 3~5월 신고된 교육활동 침해 심의 건수는 전년 351건에서 올해 141건으로 같은 기간 대비 59.8%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성과 같은 사례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교사들은 여전히 학부모 민원과 외부 시선을 우려하며 학생 생활지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은 여전히 "사후 대응은 비교적 쉬워졌지만, 사전 지도는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토로한다. 법과 제도가 바뀌어도 교사들의 불안과 두려움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교실의 풍경도 바뀌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교사들은 여전히 '방어적 지도'를 하고 있다. 생활지도를 하다 민원에 휘말릴까 두렵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년 사망한 서이초 교사 역시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34)는 "민원이 들어오면 일단 교사는 소명해야 하는 구조"라며 "책임 소재를 따지는 방식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결국 생활지도는 사전적 예방보다는 '사후 대응'으로 바뀌었고, 학생을 지도하기보다 피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공교육의 책무성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생활지도나 학생 간 갈등 조정에서 교사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경우가 늘면서 학급 내 관계 형성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교사가 두려움을 벗지 못한 교실에서 아이들은 오히려 방치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지역 학부모 김은형 씨(40)는 "일부 학부모들로 인해 한 반의 아이들 모두가 교사의 올바른 지도를 받을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학교 문화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A씨도 "교사들이 더는 두려움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후 대응 외에도 교사의 불안감을 덜기 위한 교권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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