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강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막대한 재산 피해를 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태풍(颱風)의 위력은 어떠했고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조선 태조에서 철종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편년체 사서인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서 태풍과 관련된 기록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실록에 따르면 한번의 태풍으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것은 태종 14년(1413년)으로 전라도 조선(漕船) 66척이 태풍으로 파선, 200여명이 익사하고 5천800여석의 쌀과 콩이 침수됐다.
태평성대를 구가했다던 세종조 때에도 태풍이 잦았는데 세종 9년(1426년) 경상도에 태풍이 불어서 나무가 뽑히고 벼가 상했으며 좌우도(左右道) 각 포구에 병선(兵船)이 부서진 것이 모두 26척이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 명종 임금 때에도 재해가 잇따랐는데 명종 12년(1556년) 전라도 관찰사가 장계를 올리기를 '나주에서는 천둥을 동반한 비가 쏟아졌고 태풍이 서남쪽에서 크게 불어와 바닷물이 넘쳐 해안의 전답이 침몰되었으며 영광에서는 폭풍이 크게 불고 천둥을 동반한 비가 쏟아지고 조수가 넘쳤으니 이는 전고에 없었던 일이다. 해변의 언답(堰沓)이 넘쳐들어온 짠물에 잠겼고(중략)부안에서는 태풍이 사납게 몰아치고 천둥을 동반한 비가 크게 쏟아졌고 모래가 날리고 나무가 뽑히고 지붕의 기와가 날아갔으며 조수물이 넘쳤으니 이는 전고에 없었던 일이다'라고 피해 상황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특히 실록중 선조 38년(1604년) 8월 강원도에 발생한 태풍 피해는 현재 강릉지역 상황과 상당히 흡사해 눈길을 끈다.
실록은 '강원도 감사가 보고하길 폭우가 억수같이 내리고 태풍이 심하게 불어 사람이 서있지 못하고 지붕의 기와가 모두 날아갔으며 모래가 날리고 나무가 뿌리째 뽑혔으며 낮인 데도 어두컴컴하였다.
수전(水田)의 올벼와 늦벼는 이삭이 패었다가 모두 떨어졌으며 논밭의 각종 곡식도 모두 손상되었다. 이는 근고에 없던 변으로 가을에 추수할 가망이 없어졌다.(중략) 또 물난리를 만난 관노비들의 곡하는 소리가 하늘까지 울려 퍼져 차마 보고 듣지 못할 지경이다. 인제, 양양, 고성, 삼척 등의 고을도 마찬가지로 재변을 입었다고 하는 데 도로가 끊겨 아직까지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상세히 적고 있다.
조선시대 가장 태풍이 빈번한 시기는 인조 때로 인조 24년(1646년) 전남도의 노령(蘆嶺)이하의 지역(능주, 장흥, 보성, 남평 등)에 태풍이 불어 바닷가 여러 고을의 조운선이 부서졌으며 80여명이 물에 빠져 죽었다고 기술하는 등 경상도, 함경도, 충청도, 황해도, 경기도 등 재임 기간 내내 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또 태풍 피해를 입은 백성들에 대한 왕들의 배려도 각별한 것으로 보인다.
태종은 공사(公私)의 연음(宴飮)을 금지하는 모범을 보였는가 하면 선조는 태풍의 해를 입은 고을의 공물(貢物)을 면제하도록 해 주었고 현종은 제주가 태풍 피해를 심하게 입자 전라도로 하여금 미조(米租) 5천석을 이전하여 구제케하고 또 각종 씨앗 1천500석을 주도록 했다.
영조 임금은 태풍을 만나 중국까지 표류하였다가 돌아온 영광의 조졸(漕卒)을 직접 만나 저고리와 돌아갈 식량을 주어서 보냈다.
정조 대왕은 태풍으로 충청도 10개 고을에서 빠져 죽은 사람이 116명이나 됐다고 충청도 수군 절도사가 장계로 아뢰자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이 이처럼 많다니 나도 모르게 놀랍고 측은하다. 그런데 지금에야 비로소 장계로 아뢰니 태만하고 소홀함이 심하다.
전라도 관찰사는 장계로 보고한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충청도 관찰사는 아직도 한마디도 없다'고 말해 현재로 보면 늑장 보고한 공무원을 문책하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문은 역시 다른 자연재해에서도 그렇듯 왕과 신하들이 그 원인을 자신의 허물로 돌렸다는 점이다.
태종은 재해로 좌정승 성석린(成石璘)이 사직을 청하자 모든 재앙이 나의 부덕한 소치라며 사직을 말렸고 명종도 영의정 상진 등이 '신하들이 제멋대로 방자하게 한 죄로 이런 바람의 이변이 생겼다'며 체직할 것으로 요청하자 '내가 덕이 없는 사람으로서 외람되게 신민(臣民)들의 임금이 되었기 때문'이라며 마땅히 위아래가 서로 덕을 닦아 하늘의 재변에 대처해야 할 뿐이다. 사직하지 마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