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뮤지컬계가 제도적 기반 마련과 창작 생태계 개선을 통한 도약을 외치며 업계 종사자들의 뜻을 모았다.
지난 2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포럼 2025에서는 뮤지컬 산업 현황과 60년 역사를 진단하고, 배우·창작자·제작자·학계 관계자가 함께 모여 미래 전략을 논의했다. 현장에서는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 필요성과 함께 창작 환경, 배우 훈련, 지역 분산 등 다양한 과제가 제시됐다.
첫 발제자로 나선 정인혜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유통팀장은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데이터를 통해 뮤지컬 시장의 현주소를 짚었다.
그는 “올해 상반기 공연 1587건, 예매 400만 장, 매출 2376억 원으로 성장세를 보였다”면서도 “서울 집중과 창작·라이선스 간 격차, 아동극 관객 저조 현상 등 구조적 불균형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2026년 시장 규모는 5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좌석 전략 재설계와 창작 IP 확충, 지역 분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뒤를 이어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는 60년 역사를 되짚으며 혼종성과 국제화를 미래 전략의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한국 뮤지컬은 혼종성과 국제화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성장해왔다”며 “장기 개발 시스템과 대극장 창작 방법론, 글로벌 협업 모델이 앞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은 시장 구조가 배우 중심으로 기울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여전히 많은 분들이 작품이 뭔지라는 것보다는 배우가 누가 출연하는가에 집중이 되고 있는 그런 의미에서 배우가 중심이 되는 시장이다”라며 “한국 배우들은 세계 무대에서도 손색없을 만큼 역량이 뛰어나지만, 작품과 창작에 대한 관심은 늘 아쉬웠다. 최근 ‘어쩌면 해피엔딩’ 같은 사례로 작품과 IP가 주목받게 된 것은 중요한 계기”라고 말했다.
박천휴 작가는 서울 집중과 티켓 가격 문제, 그리고 K-뮤지컬 정체성 논란을 한꺼번에 겨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기차로 2시간 반이면 부산까지 갈 수 있는 나라다. 그런데도 모든 공연이 서울에만 집중돼 있다”며 “지역 극장들을 연계하고 활성화해 다양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K-뮤지컬 논란에 대해서도 “케이팝도 우리가 20년 전부터 이것이 케이팝이라고 떠들어서 된 게 아니다”라며 “한국에서 나온 음악을 세계 사람들이 듣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케이팝이라는 정체성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어 “K 정체성은 창작자가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날까지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 “억지로 K를 정희하며 자라나는 싹을 짓밟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성훈 쇼노트 대표는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지금 우리 뮤지컬 산업이 바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되는 타이밍”이라며 “1996년 영화진흥법이 시행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한국 영화가 지금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 뮤지컬은 진흥법이 없는 유일한 장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전에는 K를 붙이는 게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부끄럽지 않다. 지금이 제도가 뒷받침돼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제도 마련에 힘을 실었다. 포럼에 참석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회의원은 “21대 국회에서는 발의했지만 폐기됐고, 22대에서 재발의해 현재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라며 “여야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한국 뮤지컬이 세계 무대로 도약하기 위해 제도적 기반, 창작 환경 개선, 배우와 관객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