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를 3주 정도 앞두고 밥상물가가 크게 올랐다. 벌써부터 차례상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8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8%나 올랐다. 통계청의 물가지수 조사 농·축·수산물 품목 78개 중 51개(67.1%) 물가가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곡물은 무려 14.7%나 크게 올랐다. 재고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쌀은 11.0% 올랐는데 이는 19개월 만의 최대 폭이었다.
배추 가격은 한 달 새 4.8% 올라 4개월 만에 오름세를 보였는데 이는 지난해 대비 30% 이상 오른 가격이다. 시금치·브로콜리 등 일부 채소의 경우 한 달 새 무려 50% 이상 상승했다. 감자는 7.6% 상승, 2년 4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축산물은 7.1% 뛰었다. 축산물의 가격상승은 도축 마릿수와 수입 물량 감소, 휴가철·급식 수요 증가 등이 원인이었다. 돼지고기(9.4%), 국산 쇠고기(6.0%), 달걀(8.0%) 등이 일제히 올랐다. 주요 어종의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수산물 값도 뛰어 오르고 있다. 가공식품 가격까지 동반상승했다. 밀가루·부침가루 같은 가공식품은 지난해에 비해 두 자릿수 대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빵(6.5%), 커피(14.6%), 햄·베이컨(11.3%), 김치(15.5%) 등 주요 품목에서의 상승폭이 컸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추석 앞두고 치솟는 물가를 우려했다. 유례없는 이상기후로 장바구니 물가가 매우 우려된다면서 “물가 불안이 확대되지 않도록 세심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성수품을 중심으로 물가 안정 대책을 촘촘히 마련하라면서 유통 구조에 대한 합리적 개혁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바구니 물가가 출렁이는 데는 불합리한 유통 구조도 큰 몫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5일 추석 농식품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송미령 장관은 “농업·농촌 분야의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국민 모두가 풍성하고 안전한 추석을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농식품 공급안정에 최선을 다할 뿐 만 아니라 이번 명절이 소비 활성화와 내수경기 회복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노력의 결과는 추석 때 밝혀질 것이다.
유통업계 역시 정부의 밥상물가 안정노력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명절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할인 행사와 기획세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관련기사: 경기신문 8일자 6면, ‘들썩이는 밥상 물가… 차례상도 가심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채소·과일·축산물 할인전을 확대했다.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는 일제히 추석 선물세트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는 김, 통조림, 생활용품 등 활용도가 높은 상품과 건강기능식품, 소포장 정육·수산물 등 3만~10만 원대 실속형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명절을 앞두고 단기적으로 진행되는 할인 행사만으로는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공급 확대와 대규모 할인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가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9월 물가상승률이 2%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최근 대통령실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례적인 폭염·폭우로 일부 농수산물은 예년에 비해 수급이 불안하고, 추석 차례용품 가격 급등이 우려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통 구조를 효율화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 지까지 살펴서 ‘다각적인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국제물가 상승, 기후위기로 인한 생산 저하 등 극복해야 할 난관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