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진행한 종합건설업체와 하도급업체에 대한 노동과 산업안전 근로감독 결과 무려 91%에서 불법행위가 적발돼 충격이다. 고용노동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강도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지방자체단체에 근로감독권을 위임하고 경기도 등 지자체의 우수 산재예방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관습처럼 굳어버린 종합건설·하도급업체 불법행위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효율적인 채찍과 당근 모두를 동원하여 길고 야만적 ‘불법’ 문화를 말끔히 청산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8월 임금체불과 산업안전에 취약한 종합건설업체 10곳의 현장에 대해 실시한 노동과 산업안전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의 발표 결과는 심각하다. 감독은 대상 기업의 본사와 이들 기업이 시공하는 50억 원 이상 주요 현장 20곳의 하도급 업체 등 총 69개 업체에서 진행됐다. 감독 결과 91%인 63개소에서 임금체불, 임금 직접 지불 위반, 불법하도급, 산업 안전·보건조치 위반 등 297건의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도 25곳(중복)에서 위반 사실이 적발돼 2개 사업장은 사법 처리하고, 24개 사업장에는 과태료 1억 1752만 원을 부과했다. 적발된 위반 중 ‘굴착기에 달기구(훅 해지장치) 미부착’, ‘크레인으로 화물 인양 중 근로자의 출입 통제 미실시’, ‘차량계 건설기계에 대한 유도자 미배치 등의 필수적인 안전조치 위반’ 등에 대해서는 사법 처리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안전보건관리비 사용 부적정’, ‘관리책임자·안전관리자 미선임 등 안전보건 관리 위반’에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번 감독에서는 총 34개소에서 1357명의 임금 38억 7000만 원이 체불된 사실도 드러났다. 근로자 3분의 1 이상이 임금체불을 겪었을 정도로 다수·고액 체불이 발생한 업체 1곳은 처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 외 26개소 1004명에 대한 체불액 33억 3000만 원은 감독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지도해 즉시 청산했고, 7개소 3억 2000만원의 체불은 청산 지도 후 시정 중이다. 근로자의 신용불량 등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지 않은 전문건설업체 7곳도 마찬가지로 시정조치 했다.
이 밖에도 무자격자에게 일괄 하도급을 맡긴 불법 하도급 1건도 적발돼 지자체에 통보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명세서 미교부,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등 기초노동질서 위반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발표한 노동안전종합대책에는 지방자치단체에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대상 근로감독 권한 위임과 감독권 인력 확충 방침이 담겼다. 지자체는 사업장을 감독하거나 ‘사법경찰권’으로 지칭되는 사후조치 권한을 수행하게 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구체적인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전국적으로 통일된 집행 기준을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최근 민선7·8기에 지속적으로 정부에 근로감독권 위임을 요청한 사실을 밝혔다. 경기도는 근로감독권 이양과 관련해 조만간 노동부와 실무적인 협의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공공기관이 산업재해 근절에 선도적 역할을 하도록 경영평가에서 안전 배점을 대폭 올리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관장은 해임 조처하기로 하는 등 후진적 산업 안전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현장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임금마저 제대로 못 받는 일이 비일비재한 미개한 건설산업 현장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권한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돼 지자체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모쪼록, 중앙-지방정부의 유기적인 역할분담과 혁신으로 수십 년 곪을 대로 곪은 건설산업장의 부조리한 환경이 환골탈태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