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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의 사상 집약서

팍스아메리카에 기초한 패권전략이나 제3세계권에서 행해진 무리한 대외정책으로 미국에 대해 많은 비판이 가해지고 있지만 최소한 사회 내부만큼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튼튼히 구축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사회가 인종문제를 비롯한 각종 차별을 딛고 현대사회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전범으로 통용되는 국가가 된 것은 지금부터 40년 전에 불과하다.
자유와 정의에 이르는 사회구현에는 마틴 루터 킹(1929-1968년)을 정점으로 시대의 모순에 스스로를 던진 활동가들의 투쟁과 노력에 힘입은 결과다.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 주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입니다. ......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지금도 자주 인용되는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는 노련한 대중연설가이자 뛰어난 지도자였던 킹 목사의 정신을 집약한 연설의 한 대목이다.
그간 마틴 루터 킹과 관련된 책들이 국내에서도 수차례 나왔지만 최근의 '왜 우리는 기다릴 수 없는가'(박해남 역, 간디서원 간)는 그의 사상과 정신을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내 예의 저작들과 구별된다.
이 책에는 간디의 비폭력 무저항 정신에 입각해 인권운동을 전개한 킹 목사가 1963년 흑인 공민권 투쟁 당시 벌인 운동과 이에 따른 탄압, 거시적인 인권투쟁의 역사에 대해 통찰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인종차별은 물론 성차별, 폭력과 억압, 불평등으로 얼룩진 사회에서 모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염원한 그가 이상의 실현을 위해 일관되게 추구해온 사상과 행동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자유란 압제자가 베풀어 주는 것이 아니며 억압받는 사람들이 요구해야만 얻어지는 것'이는 발언에서 짐작되듯, 그는 자유와 평등이란 누군가로부터 시혜 차원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렇듯 세상의 불의에 맞서 사회개혁을 열망한 그이지만 민권운동의 근본이념으로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기를 꺼린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폭력이 더 큰 폭력을 초래한다고 생각한 그가 간디사상의 핵심인 비폭력 저항주의를 수용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비폭력주의 저항이야말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피압박 민중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확신했으며 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편견에 사로잡힌 백인우월주의자들로부터 온갖 협박과 죽음의 위협을 당하면서도 비폭력에 대한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합법적으로 인종차별이 종식된 오늘날, 인종차별 정책의 장막을 걷어낸 킹 목사의 글들에서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과거 인종차별에 대한 투쟁서로만 읽지 말것을 당부한 재시 잭슨 목사가 후기에서 적절히 제시하고 있다.
그는 킹 목사가 죽기 직전 빈곤계층 사람들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했다며 향후 공민권 운동의 최대 과제인 경제적 정의를 위해 다문화적 다민족적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것을 설파한다.
잭슨의 발언은 과거에 비해 인권의 신장과 풍요로운 사회를 구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사회적 불평등과 부당한 차별이 엄존해 있다는 점에서 우리사회에서도 충분히 경청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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