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8 (수)

  • 구름많음동두천 9.6℃
  • 구름많음강릉 10.3℃
  • 흐림서울 12.2℃
  • 대전 10.7℃
  • 대구 10.9℃
  • 울산 11.2℃
  • 광주 13.4℃
  • 부산 12.1℃
  • 흐림고창 12.9℃
  • 구름많음제주 15.7℃
  • 구름많음강화 11.5℃
  • 흐림보은 10.5℃
  • 흐림금산 10.7℃
  • 흐림강진군 14.1℃
  • 흐림경주시 10.8℃
  • 흐림거제 12.4℃
기상청 제공

인생의 기본 태도를 설파한 수양서

때와 장소에 따라 도덕적 가치판단이 흔들리는 현대사회에서 인생의 참뜻을 되새기게 해주고 가치관을 연마해주는 수양서 한권쯤은 옆에 끼고 살아갈 필요가 있다.
삶의 지혜가 담긴 수양서를 읽는 것은 이제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한용운의 채근담 강의'(필맥 간)는 각종 관계로 얽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냉철한 통찰이 담겨있다.
명나라 홍응명의 '채근담'에 한용운이 1917년 해설을 붙여 출간한 '정선강의 채근담(精選講義 菜根譚)'을 이성원과 이민섭이 다시 현대어로 번역했다.
본래 '나물뿌리’를 의미하는 채근(菜根)과 '이야기'를 뜻하는 담(譚)을 취해 붙인 '채근담'은 '소학'에 나오는 왕혁의 말에서 추측할 수 있다.
“사람이 나물뿌리를 씹어 먹을 수 있다면 세상의 어떠한 일이라도 못할 게 없다”고 말한 왕혁의 말은 나물뿌리와 같은 험한 음식을 먹고 지내는 일에 익숙해질 수 있으면 세상에 겁날 게 없다는 것.
채근담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다양하다.
역경에 올바로 대처하는 지혜, 벗을 사귈 때 유의해야 할 점, 세상사에 대처하는 법과 세상사를 초월하는 법, 현상세계에 대한 통찰 등을 다루고 있다.
그는 사람들에게 세상사에 적극적으로 대면하되 항상 세상사에서 벗어난 담담하고 고적한 삶을 염두에 두어야 함을 강조한다.
또 예측불허의 현실세계에서 마음의 중심을 굳게 세우지 않으면 외부환경에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용기와 지조를 갖고 세상일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도 최상의 여건 뒤에 숨겨진 함정을 잊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렇듯 '채근담'에는 충만함을 경계하고 비우고 떠남을 강조하는 도가식, 불가식 철학이 바탕에 깔려있다.
현재 시중에는 격언집, 금언집, 인생의 지혜서, 처세서, 자기계발서가 많이 나와 있지만 도덕 교과서처럼 따분하지 않고 문학작품을 감상하듯 마음에 온기를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삶의 일면만을 부각시키는 처세서들과 달리 인생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특히 일제시대 수많은 지식인들이 변절을 하는 상황에서도 굽힘없이 지조를 지켰던 한용운의 해설이라 더욱 믿음이 간다.
592쪽, 1만6천원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