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동안경찰서가 국가정보원과 함께 국제공조를 동원해 대규모 마약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마약에 무참히 뚫려 만신창이가 돼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2017년 약 1000명이던 마약사범은 지난해 2만3000여 명으로 폭증했다. ‘한국은 마약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확실한 대책이 절실한데 정부와 정치권은 왜 이렇게 거북이 놀음인가. 나라를 위협하는 액운을 물리치기 위한 결전이 필요하다.
안양동안경찰서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특정범죄가중처벌법등에관한법률(향정) 위반 혐의로 태국인 및 한국인 등 조직원 12명을 검거하고 이 중 10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마약 유통 총책인 카메룬 국적의 30대 남성은 지난 9월 30일 태국 현지 마약단속청에 의해 체포됐다.
태국에서 체포된 남성은 지난해 4월과 올해 6월 모두 2차례에 걸쳐 필로폰 36㎏(약 12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을 태국에서 국내로 밀반입하도록 조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남성은 지난해 4월 유통책인 태국 국적의 20대에게 밀가루 반죽 기계에 필로폰 19㎏을 숨겨 국제탁송화물로 국내에 밀반입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경찰은 태국 국적의 20대를 검거하고, 그의 주거지에서 보관하고 있던 필로폰 14kg을 압수했다.
이후 보강 수사를 통해 필로폰 5kg을 국내에 유통한 일당 7명을 검거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카메룬 국적의 30대 남성이 다시 필로폰을 밀반입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국제탁송화물을 모니터링해 손지갑 189개에 은닉한 필로폰을 압수했다. 압수한 마약은 총 17kg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어서 해당 탁송화물을 받으려 했던 국내 운반책 30대를 붙잡고, 그의 주거지에서 야바 2021정을 추가로 압수했다. 이 사건 관련 경찰이 압수한 필로폰은 총 31kg으로 시가 103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랫동안 자랑스럽게 유지해오던 대한민국의 ‘마약 청정지역’ 명예는 요 몇 년 사이에 무참하게 무너졌다. 오히려 ‘마약 천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 시작한 형국이다. 우리 사회의 마약 범죄는 더 이상 일부 계층의 일탈이 아니다. 지난해 2만 명을 넘긴 마약사범 중 10대와 20대의 비율은 무려 60%로 급증했다. 공급망의 다변화, 해외직구를 통한 유입, 그리고 SNS를 통한 거래 방식은 수사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최근 ‘모방형 마약 제조’ 사범까지 등장한 것은 우리 사회의 마약 병폐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경찰은 수도권의 외진 캠핑장과 비닐하우스를 전전하며 차량에서 필로폰을 직접 만든 일당 2명을 검거했다. 반입·유통을 넘어서 자체 제조에까지 범행이 번지고 있다는 의미여서 결코 허투루 여겨서는 안 될 중대한 사태다.
단속 강화의 수준부터 올려야 한다. 온라인상 불법 정보의 유통을 추적하는 사이버 수사력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항공기와 선박의 검색기능도 마약 차단에 맞춰서 대폭 강화해야 한다. 밀수선을 막기 위해 해안선 경계 역시 긴장을 높여야 한다. 청소년들이 마약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철저히 깨우치는 일도 시급하다. 마약의 무서움을 깨닫게 할 특별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교정시설 55곳 모두 마약사범의 재활을 전담하는 부서나 인력이 전무하다는 뉴스는 또 뭔가. 후손들에게 기어이 마약에 찌든 지옥 세상을 물려줄 참인가. 그 흔한 치자들의 ‘마약을 추방하겠다’는 약속이 그저 유권자들의 표심을 훔치기 위한 사탕발림 립서비스가 아니라면,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 일부 전문가들마저 “이미 늦었다”고 탄식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마약 횡행은 심각한 수준이다. 제발 이 어리석은 자멸의 행진을 멈춰 세울 특단의 종합대책을 세우고 실천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