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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적인 일상] 12월이 되기 전에

 

어느새 11월이다. 달력을 넘기다 보면 한 해가 참 빠르게 흘러갔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 공기는 차가워지고, 해는 짧아졌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하루하루의 끝엔 잔잔한 정적이 내려앉고 ‘나는 올해를 잘 살아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찾아오는 요즘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올해의 끝자락에서, 이미 지나가 버린 나날들을 천천히 돌아본다.

 

올해는 유난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익숙했던 것들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했고, 예상치 못한 만남과 감격스러운 경험도 했다. 그 속에서 기쁨도, 후회, 감동 등의 감정도 함께 남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보니 어느새 11월이다. 시간이 점점 빨리 간다는 지겹도록 진부한 말을 공감하며 뱉게 될 줄이야. 물론 지치기도 했지만, 마음 한켠이 따뜻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돌아본다는 것은 단순히 지난 일을 되새기는 게 아니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변했는지, 무엇을 배우고 놓쳤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사람들은 종종 미래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달리지만, 때로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볼 때에야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멀리 왔는지 알게 된다. 올해의 나는 작년의 나보다 조금 더 말랑해졌고, 어떤 일에는 더 마음을 열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올해를 돌아보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사람들’이다. 함께 웃고, 고민하고, 버텨준 사람들 덕분에 버거운 순간들도 견딜 수 있었다. 인생에서 관계는 언제나 마음의 온도를 조절해 주는 존재 같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잠깐의 대화가 마음을 데워주고, 예상치 못한 위로가 하루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우리는 결국 사람으로 인해 다치기도 하고, 또 사람으로 인해 회복된다. 올해의 나는 그런 관계의 힘을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초심’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어떤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처음의 마음이 희미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를 이 자리까지 데려온 건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일을 좋아한다’라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때로는 지치고 흔들렸지만, 그 마음이 있었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올해의 끝자락에서는 다짐한다. 초심을 잃지 않되, 그 위에 더 깊어진 마음을 쌓아가자고.

 

11월은 어쩐지 시간을 천천히 걷게 만든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우리는 자연스레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것 같다. 올해가 가는 게 아쉬워 붙잡기도 하고, 남은 한 달을 잘 살기 위해 다짐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를 다독여보면 어떨까. 잘 달려온 자신을 칭찬하고, 때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를 허락해도 좋다. 돌아봄은 후회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준비이기 때문이다.

 

이제 곧 올해의 마지막 달이 다가온다. 남은 한 달 동안 나는 조금 더 따뜻하게 살고 싶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주변 사람의 안부를 물으며 작은 기쁨을 더 자주 느끼려 한다. 어쩌면 그것이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

 

시간은 언제나 앞으로 흐르지만, 우리의 마음은 가끔 뒤를 돌아보며 자란다. 지나온 계절을 천천히 되짚으며, 그 안에서 배운 것들을 가슴에 새기자. 그렇게 한 해의 끝에 서 있는 우리는,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한다.

 

11월이 그래서 좋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내가 걸어온 길을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올해를 잘 보내주기 위한 준비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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