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9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범도민추진위는 가평군에서 ‘육아·돌봄 자립마을’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 중 하나는 '맘카페를 통해 살펴 본 육아·돌봄의 어려움들'이었고, 발제문에는 1주일간 맘카페의 회원들에게서 받은 가평군에서의 육아의 어려움들이 담겨 있었다. 발제를 한 채선미 대표(가평토종씨드림)는 제기된 내용들을 행정 서비스 부족, 시설 부족, 불공정의 세 범주로 나눠 분류했는데 그중 가장 많은 내용이 어린이를 위한 시설의 부족이었다.
산부인과, 소아과, 소아치과 병(의)원 시설이 없다는 점을 비롯해 인근 화천과 포천에는 있는 지자체 직영 온종일 초등학생 사교육 대체 교육·보육 시설이 필요함을 제안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리고 도서관과 체육공원에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 없고, 있어도 가평읍에 집중되는 불균등한 행정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발제자는 자신의 딸을 유·초·중·고 가평군에서 기른 사람으로서 자신이 아이를 기르면서 느꼈던 어려움들, 제기했던 문제들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인 사실에 크게 개탄하며 이로 인한 가평군 유소년 인구의 감소를 데이터로 제시했다.
2020년 10월 기준 0세~4세의 인구와 5년 뒤인 2025년 10월의 5세~9세의 인구를 비교하니 총 51명이 줄어 있었다. 아이가 아파도 바로 갈 병원이 없고, 교통편도 여의찮아 골든 타임을 놓칠 위험이 있고, 먼 거리 택시를 타고 가는 교통비도 부담이니 가평군을 떠나는 상황이 생기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이 된다. 발제자는 2024년 기준 가평읍이 유소년 인구가 2.9% 늘어난 것에 비해 다른 5개 면의 유소년 인구가 총 60.51% 줄었다는 점을 제시하며 “가평읍으로의 불균형한 지원은 가평읍으로의 인구 집중을 불러오기보다는 가평군 밖으로의 전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예리하게 지적하며, 자녀와 함께 그 부모도 전출하고 결국 경제활동인구의 유출로 이어짐을 걱정했다.
이 발제에 대한 토론자로 참여한 나는 토론문 작성을 위해 자료를 찾다가 마침 12월 16일 개최되는 '경기도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 변경안(가평군) 공청회 개최 공고'를 접하게 됐다. 가평군이 올해 3월 접경지역으로 새로 지정되면서 발전종합계획으로 만든 32개 신규사업에 대한 공청회다. 나는 이 사업 중에 앞서 언급한 육아맘의 고충을 해결할 사업이 있는지 살펴봤다. 놀랍게도 32개 신규사업 중 맘카페에서 언급했던 내용은 물론 어린이를 특정해서 계획된 사업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공공의료기관(군립의원)’이 소아과, 소아치과, 산부인과가 운영된다면 다행이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가평군 발전을 위해 이모저모 고려하며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이 사업 목록 속에서 어린이와 육아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어린이는 그저 어른에 부속된 존재로 자리매김되고 있었다.
우리가 접하고 있는 경계, 접경은 군사적 접경만이 아니었다. 기존 어른 중심의 경계를 넘지않고 초고령사회이자 인구소멸위기 지역인 가평군이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는 맘카페 회원들에게 16일 열리는 공청회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가능하면 참석도 하라고 제안했다. 아이를 갖고, 낳고, 기르는 것이 가슴 설레고 행복한, 그렇게 생명과 평화의 기운이 넘치는 접경지역 가평군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