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가. 영화산업을 재생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는 충천하지만 이렇다 할 구체적 방안이 실효성 있게 전개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안다. 문제는 돈이고 그 돈은 우리나라의 관료제 조직 구조 내 최고 권력인 기획재정부에 막혀 있다. 내년도 예산은 이미 정해져 있어, 움치고 뛸 여력도 없다. 한국의 국가 총예산은 2025년도 기준 677조 정도였고 이 중 문화 예산은 7조 600억 원 정도였다. 1%를 약간 상회한다. GDP가 비슷한 수준인 국가 중 호주와 캐나다에 비하면 좀 높고(각 0.5%) 프랑스와 비슷하며 독일(1.9%)보다는 좀 낮지만, 국가 구성 형태가 다르고 지원 분야가 세부적으로 달라 등가 비교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 돈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곳에, 적절한 규모로 쓰이고 있느냐이다.
한국 영화산업은 최대 위기 국면에 있다. 2025년 총관객 수는 1억 2000만 명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1억 명을 넘겼다는 안도감을 가지게 될 만큼 바닥을 쳐도 한참을 쳤다. 2019년 관객 수 2억 6000만 명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치이다. 관객들이 물밀듯 빠져나간 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금은 뭘 해도 안되는 때이며 웬만한 영화는 극장에 걸지도 말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예컨대 조여정 주연의 '살인자 리포트'는 지난 9월 극장 개봉에서는 실패했지만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에서는 비교적 성공적인 성적이 나오고 있다. 요즘엔 ‘극장까지 가서 볼 영화는 아니다’란 말이 대세가 되고 있다. 영화 '더 러닝 맨'도 유명작가 스티븐 킹의 소설 '러닝 맨'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베이비 드라이버'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등을 만든 에드거 라이트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파라마운트–롯데로 이어지는 메이저 영화사 배급이지만 한국 극장가에서는 사멸하고 있다. 감독과 원작 ‘따위’는 더 이상 관심사가 되지 못한다.
기이한 희망은 독립영화에서 나오고 있다. 개봉해봤자 전국 50개 안팎의 스크린 (전체 약 3300개)에만 걸리는 영화들이 2만~4만 명, 심지어 15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상한가를 치고 있다. '사람과 고기'가 4만 명을 넘겼고 '세계의 주인'이 15만 명을 넘겼다. '여행과 나날'은 개봉 1주 만에 2만을 넘기고 상영관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에게 기회를 더 주는 것, 상업영화를 대신해 이들에게 스크린을 더 내어 주는 것이 한국 극장가를 살리는 역설의 방법일 수 있다.
지난 30년간 상업영화에 몰렸던 관객들을 독립영화 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그 대이동에서 홍해를 가르는 모세의 기적을 바라서는 안 된다. ‘상업’과 ‘독립’ 사이에 놓인 그 거대한 강을 건너는 데 기적이란 있을 수 없다. 정교한 방법론, 그것을 실천하는 과감한 결정이 따라야 한다. 독립영화로 관객의 증가를 자극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극장가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분간 인위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인센티브제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 독립영화 월정액 쿠폰 같은 것을 만들어서 일정 액수를 내면 한 달에 세 편 이상 원하는 독립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대형 극장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예술영화관이 아닌 일반 상영관에서까지 독립영화를 걸면 그에 따른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문제의 핵심은 상업영화에 발길을 끊은 관객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선보이고 있는 뉴 코리안 시네마 계열 독립영화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영화산업 전체에 탄력을 가져오게 해야 한다. 문제를 상업영화 쪽에서만 풀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답은 독립영화에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